“빨리 가서 장악해야”…메시지 노출되자 與윤리감찰단 부단장 해임

강민구, 박선원에 윤리감찰단 관련 메시지
“정청래 세력들이 김기표 의원 작업 들어온 듯”
김민석 대표, 보도 직후 ‘즉시 해임’ 지시
당은 공식적인 해임 사유 밝히지 않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추진단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임 하루 만에 강민구 윤리감찰단 부단장을 해임했다. 강 부단장이 박선원 최고위원에게 윤리감찰단 인선을 둘러싸고 정청래 전 대표 측을 경계하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직후다.

민주당은 1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민석 대표가 윤리감찰단 강민구 부단장의 즉시 해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은 구체적인 해임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국회에서 강 부단장이 박 최고위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보도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윤리감찰단 추가 인선을 놓고 정 전 대표 측 인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 부단장은 박 최고위원에게 “부단장을 또 다른 사람 추천한다고 해서요. 장인재하고 누구 한 명을요”라고 적었다.

이어 “정청래 쪽 장인재 부단장이 검찰 수사관 출신이라서 김기표 의원한테 작업 들어온 듯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메시지에서는 “정청래 세력들이 김기표 의원 작업 들어온 듯하다”며 “저 중앙당에서 출근하라고 연락이 안 와서요. 사무총장한테 얘기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빨리 가서 장악해야 할 듯하다”고 했다. 윤리감찰단 구성과 운영 근거를 담은 당규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강 부단장이 언급한 김기표 의원은 현재 민주당 윤리감찰단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을 윤리감찰단장에 임명했고, 지난달 31일에는 명지대 산학협력단 교수인 강 부단장을 추가 선임했다.

윤리감찰단은 당대표 직속 상설기구로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불법·일탈 행위 등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메시지에서 거론된 장인재 전 부단장은 정 전 대표 체제에서 윤리감찰단 부단장을 지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재심위원과 공천신문고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대표 취임 뒤 윤리감찰단을 다시 꾸리는 과정에서 이전 지도부 인사가 부단장 후보로 거론되자 새 지도부가 임명한 강 부단장이 이를 경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 대표와 정 전 대표가 불과 보름 전 당권을 놓고 맞붙었다는 점에서 메시지가 공개되자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호투표 끝에 최종 54.08%를 얻어 정 전 대표(45.92%)를 누르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박 최고위원은 해당 메시지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남이 일방적으로 나한테 보낸 것이고, 내가 한 것도 없다”며 “가만히 있는데 메시지가 와서 뭐가 왔나 하고 들여다본 것”이라고 밝혔다.

장 전 부단장 역시 “나는 당에 지금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어 잘 모른다”며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강 부단장은 메시지를 보낸 배경 등에 대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는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논란이 커지자 곧바로 인사 조치에 나섰다. 전날 임명된 강 부단장을 하루 만에 해임하면서 윤리감찰단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당내 계파 문제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