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20 재무장관회의 vs 中 상하이협력기구 ‘우방 결집’
시진핑, 러∙이란 정상 잇단 회동…美 보란듯 “다극화”
‘G20 의장국’ 美, 캐나다 비아냥…동맹국 푸대접 논란
베선트, 이란경제 고립 동참 촉구에도 호응 어려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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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5일 베이징의 중난하이 정원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무대에서 우군 결집에 나섰지만 한쪽은 균열, 다른 한쪽은 결집이라는 상반된 장면이 연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동맹국 압박이 논란을 키운 반면,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이란 정상과 잇따라 만나며 미국에 맞선 ‘다극화’ 진영 결집을 과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관리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이 시진핑은 미국과 맞설 외교적 지렛대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3개월 만에 다시 만나 ‘세계 다극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다극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견제할 때 지속적으로 내세워온 핵심 외교 구호다. 미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세력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되면서 이번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서방 중심 질서에 맞서는 외교 무대로 부각됐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과 함께 SCO 발전 대계를 논의하고 싶다”며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이끄는 한편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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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후 다도 행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
푸틴 대통령도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 협력은 국가 간 관계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엔과 브릭스(BRICS),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기구에서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참석했다.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만나 “인도는 이(우크라이나 전쟁)와 관련된 모든 평화 노력을 지지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면서 인류를 위해 전쟁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이란 역시 미국의 군사 공격과 경제 고립 압박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이 중국·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SCO가 미국과 서방의 압박에 대응하는 비서방 국가들의 외교·경제 협력 무대로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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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31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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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세션에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
이번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와 안보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의 비슈케크 방문은 중국이 평시와 전시를 가리지 않고 미국의 적대국들을 경제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역량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며 “SCO 정상회의는 두 전쟁이 시 주석에게 얼마나 큰 지정학적 지렛대를 안겨줬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줄리언 게워츠는 “워싱턴이 여러 동맹국과 마찰을 빚는 바로 이 시점에 시진핑은 중국이 세계 곳곳에 우방과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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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왼쪽부터)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질 카스티야 에드먼드 시티즌스 은행 회장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FP] |
같은 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두 개의 전쟁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G20 재무장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동맹국을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들과 만나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차단하려는 미국의 목표에 압박 공조를 동참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공격적인 관세를 부과해 국제질서와 동맹 관계에 균열이 커진 상황에서 동맹국들의 협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니컬러스 멀더 코넬대 역사학자는 “이란에 대한 2차 제재로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물가가 다시 오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수 있다”며 “재무부가 이미 채권시장에서 커지는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제재 집행에서도 같은 일을 신뢰성 있게 해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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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
AP통신은 이번 재무장관 회의가 미국과 이란 간 적대 행위가 다시 격화한 데다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이후 양국이 관세를 잇달아 높이면서 무역 갈등까지 심화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를 향해서도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CNBC에 출연해 캐나다의 무역 보복에 관한 질문을 받자 “자신보다 13배나 더 큰 상대와 맞대응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캐나다의 경제 규모로는 미국을 상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에서 유럽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프리드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과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 지지를 얻으려면 최근 몇 달간 미국이 보여온 것보다 동맹과 파트너들과의 협의에 훨씬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