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이란 정상 잇단 회동…美 보란듯 “다극화”

中·러·인도·이란 SCO 집결…非서방 결속
푸틴 “중러 전략 협력은 국가관계의 모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개월 만에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다시 만나 ‘세계 다극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러시아·인도·이란 정상들이 집결하면서 이번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서방 중심 질서에 맞서는 외교 무대로 부각됐다.

31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가 열린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과 함께 SCO 발전 대계를 논의하고 싶다”며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이끄는 한편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다극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견제할 때 지속적으로 내세워온 핵심 외교 구호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경제제재를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군사 압박까지 강화하는 시점에 나온 만큼 대미 견제 메시지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도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 협력은 국가 간 관계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SCO뿐 아니라 유엔과 브릭스(BRICS),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기구에서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이 주도해온 국제기구와 경제질서에서 중러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1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와 별도로 회동했고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모디 총리와 만났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이란 역시 미국의 군사 공격과 경제 고립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는 무역 압박을,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란에는 군사·경제 압박을 동시에 가하는 상황에서 시진핑과 푸틴이 꺼내 든 ‘다극화’ 메시지는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제질서에서 벗어나겠다는 중러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