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찜한 ‘650억배럴’ 베네수 유전…연내 시추장비 6개 투입

미·베네수 합의 유전개발 본격화…내년 12개 추가
NABEP, 신규 시추장비 23개 확보…최종 52개 목표
세계 최대 매장량에도 생산 부진 “정치·법적 불확실성 변수”

베네수엘라 술리아 주 마라카이보 호수 남쪽 카비마스에 있는 석유 시추 시설의 모습[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와 합의한 대규모 유전 개발 사업이 본격적인 시추 단계에 들어간다. 베네수엘라 전체 원유 매장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650억배럴 규모의 유전 개발을 위해 연내 시추 장비 6개가 투입되고 내년에는 12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석유회사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는 연말까지 현지 유전에 시추 장비 6개를 투입하고 내년 12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NABEP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합의한 원유 개발 사업의 핵심 사업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전체 매장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650억배럴이 매장된 17개 유전을 개발하는 NABEP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개발 속도도 빠르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NABEP는 2028년 이후에는 매달 시추 장비 2개씩을 추가해 최종적으로 총 52개를 투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시추업체 헬머리히 앤 페인, 프리시전 드릴링, 패터슨-UTI 에너지로부터 신규 시추 장비 23개도 이미 확보했다. 기존 유정을 유지·보수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장비 약 30대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지 8개월 만에 베네수엘라 정부와 유전 개발에 합의한 데 이어 실제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입까지 속도를 내는 것이다. NABEP는 17개 유전 가운데 상당수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노후화된 시설과 투자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10년간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120만배럴에 그쳤다. 하루 약 250만배럴을 생산했던 2014년에는 시추 장비 220개가 가동됐지만 현재는 2~24개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업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전 직접 투자가 현지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 데다 향후 양국의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 임원 출신인 에드 초우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계획은 베네수엘라에 투자하려는 기업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자본 집약적이고 장기적인 산업에서 불확실성은 투자를 늦추고 때로는 완전히 중단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