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美 금융시장 어디로?…베센트·드러켄밀러·워시가 오늘 만났다면[홍길용의 화식열전](912회)

① 트럼프 2기 ‘경제 삼총사’의 가상 회동: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투자의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한자리에 모여 8월 글로벌 매크로 시장의 쟁점을 진단.
② ‘베센트 풋’과 채권시장 갈등: 재무부의 장기채 재매입(바이백) 확대를 두고, 시장 통제를 우려하는 드러켄밀러와 유동성 관리를 강조하는 베센트 간의 팽팽한 설전이 진행.
③ 연준의 딜레마와 ‘연성 금융억압’ 우려: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둘러싼 매파적 해석 속에서, 재무부의 금리 관리와 연준의 금리 동결이 겹치며 부채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치 않은 ‘금융억압’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


지난 8월은 매크로(Macro, 거시경제)의 폭풍이 덮친 한 달이었다.

전조는 7월 말부터 나타났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 잡기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초장기(30년)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엔화 약세로 40여 년 만에 미국과 일본 정부가 동시에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8월 3일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연준에 일본을 위한 외국·국제통화당국(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FIMA) 레포(Repo) 한도 확대까지 요구했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팔지 않고 이를 담보로 단기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해, 엔화 방어 과정에서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19일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장기채권 재매입(buyback) 확대를 선언했다. 단기국채 발행 비중을 높이는 한편 민간이 보유한 장기국채를 거둬들여 시장의 만기(duration) 부담과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트레저리 트위스트(Treasury twist)’다. 재무부는 유동성 관리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금리 관리’라는 성격에 더 주목했다.

‘드러코노믹스(Druckonomics)’

베센트의 오랜 친구이자 선배인 투자의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재무부의 미봉책을 비판하며 재정 지출 축소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경제제재를 강화하며 또다시 노골적으로 달러를 무기화했다. 전세계적으로 달러로 국부를 저장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달러의 무기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28일 워시 의장은 잭슨홀(Jackson Hole) 연설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이 이를 매파적으로 읽으면서 단기금리는 크게 올랐고 장기금리는 소폭 상승해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졌다. 단기금리 인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누를 수 있다는 해석이 반영됐지만 장기금리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금리와 재정, 인플레이션은 늘 중요하지만 지금만큼 중요한 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 사람이 오랜 인연으로 얽혀 있다면 어떨까? 드러켄밀러, 베센트, 워시다.

드러켄밀러와 베센트는 소로스펀드에서 함께 일한 선후배 사이이다. 영국 파운드화 공격을 같이 했다. 베센트는 드러켄밀러를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거시경제에 관한 한 스탠이 있고, 그 아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In macro, there is Stan and then there is everybody else)”

워시는 드러켄밀러의 패밀리오피스(FO)에서 10년 넘게 활동했다. 베센트와 인연도 깊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직 제의를 사양하며 대신 워시를 추천한 것도 베센트였다. 두 사람이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이 되면서 트럼프 2기 경제를 ‘드러코노믹스(Druckonomics)’라 부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폭풍 같은 8월의 마지막 날,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세 사람이 모였다면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그동안 이들의 행보와 발언을 기반으로 가상으로 만들어봤다. 9월 이후를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될 듯도 하다.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드러코노믹스(Druckonomics)’의 만남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드러코노믹스(Druckonomics)’의 만남※ 챗GPT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미지 입니다.


무대는 뉴욕 맨해튼의 어느 회의실. 벽면 스크린에 세 개의 그림이 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항로, 가파르게 오른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다.

제1장. 스콧,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베센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베센트: “8월이 길군요.”

드러켄밀러: “자네가 일을 많이 벌였더군.”

베센트: “일을 벌이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엔화는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호르무즈는 막혔어요. 장기 국채금리는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요.”

워시: “결국 물가와 금리 문제로 이어지는군요.”

베센트: “그렇죠. 따로 움직이는 듯 보이는 세 시장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봐야죠.”

(드러켄밀러가 웃었다)

드러켄밀러: “시장을 연결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가격을 모두 자네 뜻대로 움직이려 들지는 말게.”

베센트: “혹시 1992년 얘기를 하시려는 겁니까?”

드러켄밀러: “아니, 이번에는 일본 얘기부터 하지. 자네가 엔화를 지키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참고] 2013년 소로스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베센트는 엔화 약세에 베팅해 석 달 만에 12억 달러 넘게 벌었다. 아베노믹스로 일본이 대규모 통화완화에 나서자 엔화를 팔고 일본 주식을 산 거래였다. 13년 뒤 그는 정반대로, 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미일 공동 개입을 주도하고 있다.


드러켄밀러: “2013년의 자네라면 지금 이 거래를 어떻게 봤을까?”

베센트는 잠시 환율 화면을 바라봤다.

베센트: “아마 반대편에 섰겠죠.”

드러켄밀러: “그런데도 계속하겠다고?”

베센트: “그때는 틀리면 제 돈을 잃었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국민이 대가를 치릅니다. 투자자와 재무장관은 같은 시장을 보지만 책임지는 손익계산서가 달라요.”

드러켄밀러: “좋은 대답이야. 입장이 바뀌면 행동도 달라야지.”

베센트: “엔화만의 문제도 아니죠. 일본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어요. 엔화를 방어하려고 국채를 대량으로 팔면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베센트가 워시를 바라봤다)

베센트: “케빈, 제 요청(FIMA 레포 한도 확대)은 검토하고 있어요?”

워시: “스콧께서 언론에 먼저 말씀하신 그 요청 말씀이군요.”

베센트: “시장이 기다리고 있어요.”

워시: “연준의 답변까지 언론을 통해 들으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드러켄밀러가 웃음을 터뜨렸다)

드러켄밀러: “케빈, 말수를 줄여도 한 방은 있구만.”

(워시도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워시: “FIMA 레포는 코로나19 위기 때 국제 달러 조달과 국채시장 기능을 지키기 위해 만든 비상 장치입니다. 특정 환율을 지키라고 만든 제도는 아니죠.”

베센트: “엔화 방어에 실패해 일본이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 금리 시장의 문제가 됩니다.”

워시: “그 가능성은 살펴야 하지만, 발생 가능한 위험과 현실화된 불안은 구분을 해야죠. 비상수단은 필요할 때 과감히 쓰되 일상적인 정책으로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베센트: “문제가 터진 뒤 움직이면 늦을 수도 있어요.”

워시: “너무 일찍 움직이면 시장이 스스로 조정할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드러켄밀러: “둘 다 맞는 말이야. 그래서 어려운 거겠지.”

(드러켄밀러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드러켄밀러: “솔직히 말하면 내가 스콧 자리에 앉았어도 며칠쯤 시간을 사고 싶었을 거야.”

베센트: “며칠입니까?”

드러켄밀러: “그게 문제지. 정부가 사들인 며칠은 늘 몇 년이 되거든.”

제2장. 워시의 FOMC

연준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3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인상을 주장했지만 워시를 비롯한 다수는 추가 지표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연준이 물가 잡기를 주저한다는 의심에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드러켄밀러: “케빈, 7월 회의 뒤 수익률곡선을 봤나?”

워시: “물론입니다.”

드러켄밀러: “단기금리는 떨어지고 장기금리는 올랐어. 시장이 자네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워시: “단기간의 가격 움직임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드러켄밀러: “나도 하루만 보고 포지션을 정하지는 않아. 그래도 단기와 장기가 반대로 움직였다면 이야기는 들어봐야지.”

[참고] 워시는 7월 기자회견에서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으며, 연준이 그 신호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시장은 이를 연준이 굳이 정책금리를 움직일 필요가 크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베센트: “시장이 연준의 일을 일부 대신해준 것 아닙니까?”

워시: “시장가격에는 경제와 물가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어요. 정책당국이 그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되죠.”

드러켄밀러: “신호로 보는 것과 핑계로 쓰는 건 다르지.”

워시: “동의합니다.”

베센트: “그런데 시장금리가 올라 실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면 정책 판단에는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워시: “물론이죠. 다만 장기금리 상승이 강한 성장 기대 때문인지,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인지, 재정 불안 때문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원인에 따라 연준의 대응도 달라야 하죠.”

드러켄밀러: “좋은 답이야. 그런데 7월에는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어.”

워시: “연준이 모든 판단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드러켄밀러: “나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말을 적게 하는 것과 결론이 없는 것은 다른 문제지.”

(워시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워시: “시장이 제 정책 반응함수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비판은 알고 있습니다.”

베센트: “잭슨홀 연설을 시장이 금리 인상 신호로 읽을 것도 아셨나요?”

(워시가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워시: “예상은 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의 해석에 정책을 맡길 수는 없지요.”

드러켄밀러: “그 정도면 솔직한 대답이군.”

[참고] 워시는 취임 이후 과도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겠다고 강조해왔다. 시장이 실물경제보다 연준의 다음 발언만 좇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을 경계한 것이다.


제3장. 호르무즈 해협

이란 사태로 원유·천연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제한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뛰었다. 베센트에게 이란은 외교·안보 문제인 동시에 물가와 금리 문제다.

베센트: “호르무즈가 정상화되면 에너지 가격이 내려갈 거예요. 물가 압력이 줄면 케빈도 금리를 올릴 이유가 작아지겠죠.”

드러켄밀러: “이란이 굴복하면.”

베센트: “굴복하게 만들어야죠.”

드러켄밀러: “반대로 더 버티면서 해협을 조이면?”

워시: “그래서 연준은 외교적 성공을 통화정책 전망에 미리 반영할 수 없습니다.”

베센트: “한꺼번에 모든 거래를 끊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경고하고 고칠 기회를 줄 생각이에요. 국제 금융시스템까지 무너뜨릴 이유는 없으니까요.”

[참고] 미 재무부는 매주 새로운 2차 제재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제재가 통하면 물가와 장기금리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지만, 효과가 없어 봉쇄가 길어지면 유가와 재정 부담이 함께 커진다.


드러켄밀러: “방향은 맞힐 수 있어도 양쪽 꼬리가 모두 두꺼운 거래야.”

베센트: “그래서 단계적으로 압박하는 거죠.”

드러켄밀러: “둘 다 기다리자는 말이군. 스콧은 제재가 이란을 움직일 때까지, 케빈은 물가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베센트: “스탠은 기다리지 않으십니까?”

드러켄밀러: “나는 시간이 돈이야. 기다릴 때 포지션 크기를 줄여. 정부가 기다리면서 부채를 늘리는 것과는 반대지.”

(이번에는 워시도 웃었다)

번외, “케빈이 말하게 하라”

세 그림을 다 살펴 끝날 듯했던 대화는 베센트가 서운함을 드러내며 새로운 주제로 이어졌다. 드러켄밀러는 8월 24일 WSJ 기고 ‘채권시장이 말하게 하라(Let the Bond Market Speak)’에서 베센트의 바이백을 공개 비판했다. 가까운 사이였기에 그 무게가 더 컸다. 경고는 간단했다. 장기금리는 재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는 가격이며, 이를 누르면 재정개혁을 미룰 이유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단기채로 조달해 장기채를 사들이는 이 방식은 과거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효과가 닮았다. 시장은 이를 ‘트레저리 트위스트’ 또는 ‘베센트 풋(Bessent Put)’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베센트: “굳이 기고까지 하시고, 좀 서운하네요.”

드러켄밀러: “엔화에 이어 장기 국채까지 가니 걱정이 된 거지.”

베센트: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라니까요.”

드러켄밀러: “시장이 고장 났나?”

베센트: “고장 난 뒤에 움직이면 늦을 수도 있죠.”

드러켄밀러: “맞아. 예방도 정책이니까. 다만 입찰이 실패한 것도, 딜러들이 거래를 멈춘 것도 아니야. 금리가 올랐을 뿐이지.”

베센트: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면 모기지와 회사채 금리, 정부 이자비용이 함께 올라갑니다. 재무장관이 팔짱 끼고 지켜볼 수만은 없죠.”

드러켄밀러: “자네 입장은 이해하네. 다만 시장의 경고를 지우면 정치가 재정을 고칠 이유도 사라져.”

베센트: “저도 재정을 외면하고 있진 않아요. 재정적자를 GDP 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여전합니다.”

드러켄밀러: “그 목표는 지지해. 그래서 더욱 금리를 건드리기 전에 재정을 건드리라는 거야.”

베센트: “사회보장과 메디케어를 재무장관 혼자 개혁할 수는 없죠. 대통령과 의회, 유권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드러켄밀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드러켄밀러: “1971년에도 존 코널리(John Connally) 재무장관은 비슷한 말을 했어. 금태환을 기초로 한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를 깨면서 임시조치라고 했지. 그 임시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

베센트: “그런데도 반대하십니까?”

드러켄밀러: “임시조치가 영구화되는 걸 봤으니까 반대하는 거지. 장기금리는 정치인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숫자야. 그 숫자를 낮춰 놓으면 누가 재정을 고치겠나.”

베센트: “재정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드러켄밀러: “바이백으로 시간을 살 수는 있어. 하지만 공짜는 아니야. 채권자가 값을 내게 되지.”

베센트: “미국 가계와 기업이 모두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에요. 주식시장은 강하고 기업 이익도 좋습니다. 경제도 충격을 견디고 있어요.”

드러켄밀러: “맞아.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버틸 수 있어. 기존 부채의 실질가치도 줄어드니까. 하지만 예금과 월급에 의존하는 사람은 물가를 그대로 맞아야 해. 금융억압은 모두에게 똑같이 매기는 세금이 아니야.”

(워시가 끼어들었다)

워시: “그 점이 중요합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죠. 위기 때는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반복하면 분배 왜곡이 커집니다.”

[참고] 워시는 과거 “양적완화의 부의 효과가 자산가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번 잭슨홀에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잘못 판단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금융시장의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강조했다.


드러켄밀러: “케빈, 자네가 2010년에 했던 말도 기억하네. 연준이 국채시장에서 가격수용자가 아니라 가격결정자가 되면 재정의 경고 신호가 사라진다고 했지.”

워시: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참고] 당시 워시는 국채금리가 전 세계 자산가격의 출발점이며, 연준의 개입이 커지면 재정 신호가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당국에 필요한 건 핑계가 아니라 명확한 조기경보장치라고도 했다**.


베센트: “재무부의 제한적 바이백과 연준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어요.”

워시: “규모도 성격도 다르죠. 다만 시장 기능을 지키기 위한 조치인지, 특정 금리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인지는 구분돼야 합니다.”

베센트: “나는 금리 목표를 정한 적이 없어요.”

드러켄밀러: “그래서 아직은 트위스트야. 금리가 오를 때마다 매입 규모를 늘리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워시: “특정 금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이 되면 수익률곡선통제(YCC)에 가까워집니다.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체제로 굳어지면 금융억압이라는 의심을 사기 쉬워요.”

베센트: “연준은 금리가 올라도 끝까지 지켜만 보겠다는 뜻인가요?”

워시: “잭슨홀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단기금리가 연준의 주된 수단입니다. 비전통적 정책은 진정한 위기가 아니면 가급적 쓰지 않겠습니다.”

베센트: “그렇다면 정상적인 수단은 쓸 건가요? 경제는 강하고 고용은 안정적이고 금융 여건은 긴축적이지 않은데 물가는 높다는 연설 내용을 따르면, 금리 인상이 자연스러운 결론 아닙니까?”

워시: “향후 결정을 미리 약속하지는 않겠습니다.”

드러켄밀러: “시장은 이미 자네 연설을 인상 예고로 받아들였어.”

워시: “그렇게 읽으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베센트: “그렇지만 그렇게 읽을 거라는 건 알았죠?”

(워시가 다시 안경을 벗었다)

워시: “예상은 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시장이 제 말을 금리 인상 약속으로 바꾸는 겁니다. 9월 데이터가 달라져도 시장이 잭슨홀 문장만 붙들고 있다면, 그것 역시 거울의 방입니다.”

드러켄밀러: “이해해. 하지만 자네가 동결하면 시장은 데이터만 보지 않을 거야. 스콧의 바이백과 자네의 동결을 하나의 정책으로 묶어볼 수도 있지.”

베센트: “재무부와 연준은 각자의 권한에 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워시: “의도가 별개라는 것과, 시장이 결과를 함께 해석하는 건 다른 문제죠.”

[참고]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누르고 연준이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도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금리는 물가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다. 채권자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 부채의 실질가치도 감소한다. 연준이 국채를 직접 사지 않아도 ‘연성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의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 FR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부채를 줄인 방법이다. 한 차례의 동결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반복이다.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 때마다 바이백을 확대하고, 연준이 물가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으며, 실질금리가 정책적으로 낮게 유지된다면 트위스트는 단순한 부채 관리를 넘어선다.


드러켄밀러: “스콧은 엔화를 지키려 케빈의 FIMA 레포를 원했고, 장기금리를 낮추려 바이백을 늘렸어. 이제 이란 제재로 유가까지 낮추려 하지. 세 거래가 모두 성공하면 꽤 훌륭한 조합이야.”

베센트: “칭찬인가요?”

드러켄밀러: “끝까지 들어보게. 엔화 방어가 실패하면 일본의 국채 매도가 나올 수 있어. 제재가 실패하면 유가가 더 오를 수 있고. 재정개혁이 실패하면 장기금리는 다시 뛰겠지.”

베센트: “그래서 세 가지를 모두 관리하는 겁니다.”

드러켄밀러: “정말 세 가지 가격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베센트: “세 가지 위험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드러켄밀러: “1992년의 자네라면 그런 정부를 상대로 포지션을 잡았을 거야.”

(베센트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베센트: “아마 그랬겠죠.”

결론. 스콧과 워시, 협조할까 갈등할까.

이론적으로 세 사람의 해법은 충돌하지 않는다. 제재가 호르무즈를 열고 재정적자가 줄면 장기금리는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워시가 물가를 잡으면 효과는 더 커지고, 드러켄밀러가 강조한 가격 발견 기능도 훼손되지 않는다. 문제는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실패할 때다.

베센트는 중간선거 전까지 장기금리와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재정개혁은 대통령과 의회를 움직여야 하니 오래 걸린다. 드러켄밀러는 선거 일정이나 국채 입찰을 책임질 필요 없이 시장의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라 요구할 수 있다. 워시는 재정 압박 속에서도 물가와 중앙은행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

세 사람이 모두 시장에 있을 때는 이해가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자리가 다르다.

(베센트가 워시를 바라봤다)

베센트: “케빈, 그래서 9월에는 금리를 올리실 겁니까?”

(워시는 이번에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워시: “스콧, 동결하면 재무부는 바이백을 더 늘릴 겁니까?”

(베센트가 바로 답하지 못하자, 드러켄밀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드러켄밀러: “이제야 질문이 제대로 됐군.” -끝-

※ 주석
*Kevin Warsh, Hoover Institution 대담 “How the World Recovered: The 2008 Financial Crisis Ten Years Later”, 2018년. 양적완화의 부의 효과와 분배 문제를 지적한 대목.
**Kevin Warsh, “Rejecting the Requiem”, Federal Reserve Board, 2010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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