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유래 ‘제니스테인’ 투여, 운동기능 개선·생존기간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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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를 수행한 류훈(앞줄 왼쪽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과 프엉 티 타인 응우옌 UST 박사과정생.[U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고 결국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장애까지 나타나는 난치성 유전 뇌질환 ‘헌팅턴병’. 아직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이 질환을 콩에서 유래한 천연 성분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UST-KIST 스쿨 바이오-메디컬 융합 전공 류훈 교수(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와 프엉 티 탄 응우옌 박사과정생 연구팀이 헌팅턴병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병리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해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콩에 들어있는 천연물 ‘제니스테인(Genistein)’을 헌팅턴병 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운동기능이 개선되고 생존기간도 약 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헌팅턴병은 ‘헌팅틴(HTT)’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뇌질환이다. 변형된 헌팅틴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축적되면서 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된다. 환자가 마치 춤을 추듯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을 움직여 ‘무도병’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연구는 주로 병든 신경세포 자체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시선을 신경세포 주변으로 돌렸다. 신경세포를 보조하고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 ‘성상교세포’와 세포를 둘러싸고 지지하는 ‘세포외기질’에 주목했다.
환자와 마우스 모델을 분석한 결과, 변질된 성상교세포에서 신호물질 ‘WNT5B’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WNT5B가 늘어나면 유전자 조절 단백질 ‘NFATc2’가 활성화되고, 다시 단백질 분해효소 ‘MMP14’의 과도한 생성을 유발했다. 결국 MMP14가 신경세포 주변 세포외기질을 파괴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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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성과 모식도.[UST 제공] |
연구진은 WNT5B-NFATc2-MMP14로 이어지는 이 연결고리 가운데 어느 하나만 억제해도 세포외기질이 보호되고 신경세포 상태가 크게 개선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콩에 풍부한 식물성 천연물인 제니스테인을 헌팅턴병 마우스에 투여했다. 그 결과 NFATc2 활성이 억제되면서 MMP14 생성이 감소했고, 세포외기질 파괴와 신경세포 손상 역시 줄었다.
실제 제니스테인을 투여받은 마우스는 몸의 균형과 걸음걸이 등 운동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중앙 생존기간도 기존 105일에서 125일로 약 19% 연장됐다.
이번 연구는 헌팅턴병을 단순히 신경세포 자체의 문제로 보는 데서 벗어나 성상교세포와 세포외기질 등 ‘신경세포 주변 환경’까지 함께 치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프엉 티 탄 응우옌 박사과정생은 “주변 성상교세포와 세포외기질 파괴가 헌팅턴병을 악화시키는 주요 경로임을 규명하고, 천연물을 활용한 치료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류훈 교수는 “새로운 병리 기전을 밝히는 동시에 제니스테인을 활용한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 후보물질 개발과 후속 연구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 타깃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