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고유가·고환율, 정작 하반기 내림세
일부 업체, 상반기 원가율↑…탄력 대응 필요성
“원가 비용이 내려간 뒤 가격 안 내린다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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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주요 식품사들이 9월부터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이 주된 이유라지만, 정작 유가와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9월 1일부터 ‘동원참치’ 등 참치캔류 제품 가격을 9% 인상한다. 음료 제품은 9~10% 오른다. 팔도는 ‘왕뚜껑’ 등 용기면 12종의 가격을 같은 날부터 평균 5.5% 올린다. 음료 9종의 인상폭은 평균 5.8%다.
상미당홀딩스(옛 SPC)가 운영하는 삼립도 같은 날부터 빵 제품 50여종의 가격을 평균 9%대 인상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대표 제품 ‘정통보름달’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뛴다. 오뚜기는 9월 7일부터 컵라면과 만두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다. ‘진라면’ 등 컵라면 11개 브랜드 29개 제품이 평균 6.7%, 만두 3개 브랜드 16개 제품이 평균 7.7% 인상된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꼽는다.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 이후 고유가·고환율 흐름이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원재료 수입부터 물류·포장까지 전 단계에서 비용이 불어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7~8월에도 같은 이유로 CJ제일제당과 사조, 농심, 풀무원, 코카콜라음료, 파리바게뜨 등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문제는 정작 유가와 환율이 이미 방향을 튼 지 오래라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브렌트유 가격은 28일 기준 배럴당 89.31달러, 두바이유는 93.2달러다. 브렌트유는 중동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장중 120달러까지 치솟았고, 두바이유는 3월 장중 170달러를 넘기도 했다. 지금은 둘 다 안정세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5월 1560원대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해 현재 1380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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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기업의 가격 인상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이 7월까지 높은 가격의 원부자재 부담을 떠안았다”며 “그동안 손실을 감수해 왔지만 더 이상 누적된 비용을 흡수하기 어려운 업체들부터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80%대까지 올랐다. 상반기 원가율 83.7%를 기록한 오뚜기의 경우, 수입유지 공급비용이 늘었다. 대두유와 팜유의 공급가격이 전년 상반기 톤당 각각 1114달러, 1098달러에서 1296달러로 인상되면서다. 동원F&B의 상반기 원가율은 79.4%로, 원가 매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어난 약 2조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원가율은 전년 상반기(71.8%)보다 낮아진 69.5%를 기록했다. 다만 매입액 자체는 9761억원에서 1조148억원으로 늘었다. 중동 전쟁 당시 나프타 품귀 여파로 포장재 등 부재료 비용이 2319억원에서 2565억원으로 가장 크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오를 땐 빠르게, 내릴 땐 천천히’인 가격 대응이 문제라고 짚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용이 오를 때는 가격을 올리지만, 비용이 내려간 뒤에 (가격을) 안 내린다면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통해 물가 안정 기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 판로 확보 등을 통해 국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라면 4사 중 유일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닭 시리즈로 글로벌 히트를 한 삼양식품은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삼양식품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22년 2월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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