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르엘 등 보증금 10억~14억 가량 필요
전셋값 오르는데 자산기준 2년간 1% 상승
대출규제·금리 인상 겹쳐 자금조달 부담↑
서울시 “고가 장기전세 별도 유형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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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모습. [롯데건설 제공] |
서울 집값 상승으로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2 ‘미리내집’의 강남권 보증금이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입주 자격 요건인 총자산 기준은 ‘6억6200만원(맞벌이 2인 기준)’으로 고정돼 있어 뛰는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고소득 신혼부부도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부모 찬스가 가능한 가구에 유리한 정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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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은 공공임대도 10억대 보증금…집값 뛰는데 자산기준은 2년간 상승률 1%=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내달 모집하는 제8차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2) 모집공고에 따르면 청담르엘(전용면적 59㎡, 11억7000만원), 래미안대치팰리스(59㎡, 11억7000만원), 래미안원펜타스(59㎡, 11억4660만원) 등 7개 단지 약 90세대는 보증금이 10억원을 넘는다.
서울시가 무주택자 및 (예비)신혼부부를 위해 2024년부터 도입한 아파트형 미리내집 제도는 입주 후 출산 시 최장 20년 거주(이후 매수가능), 재계약 시 자산·소득 기준을 미적용받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특히 세 자녀 이상 입주 후 출산한 가구에는 10년 거주 후 시세의 80% 수준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져 업계에서는 중산층의 내집마련 수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리내집의 임대료는 시세에 기반해 결정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동반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규모집 물량은 공고 전 감정평가를 해서 시세를 반영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값 상승으로 전세가격이 오른 데 반해 미리내집 입주를 위한 자산가격 기준 요건은 제자리 수준이란 점이다.
미리내집 입주를 신청하려면 전용 60㎡ 이하 주택의 경우 신청자(월평균 120%, 아이 없는 2인 가구 기준)의 월소득은 704만원, 총자산액은 6억6200만원 아래여야 한다. 2년 전(650만원, 6억5500만원)과 비교하면 소득은 약 8% 증가했지만 자산액 기준은 약 1%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집값 상승에 따라 성동구 청계SK뷰 미리내집 59㎡의 보증금이 2년 사이(5억310만원→5억3742만원) 약 7% 오른 것과는 대비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대표는 “인플레이션이나 세금 등도 오르는 것에 맞춰 자산기준도 어느정도 함께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분양전환이 가능한 고가의 미리내집이 일부 특정 계층의 전략적인 내집마련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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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형성 돕는다더니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뿐=이렇듯 보증금과 자산기준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사실상 수억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서는 서울 주요 핵심지 미리내집 지원 자체가 어렵게 됐다. 실제 제7차 미리내집 모집에서 11가구를 모집한 이문 아이파크자이 59㎡(4억6410만원)는 경쟁률이 111대1에 달했지만 같은 면적의 반포자이(12가구 모집, 9억5940만원) 경쟁률은 22대1에 그쳤다.
부모의 지원이나 대출 등 대규모 자금을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는 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고소득 가구를 제외하곤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마저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정부의 기조와도 상충한다.
행정상의 한계도 있다. SH는 입주 자격을 원칙적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공고일 당시에는 자산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입주자로 선정된 이후 증여를 받거나 가족 간 차입 등으로 부족한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자격 심사가 특정 시점의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입주 단계에서의 자금조달 능력까지 통제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자산기준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자산기준액을 높이면 주택에 따라 수요가 폭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달이나 경쟁률이 낮아진다면 검토 여지가 있지만 서울시의 요청이 없는 한 기준을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5개 자치구의 집값 수준이 차이가 나는 만큼 서울시도 미리내집의 자산기준을 손보는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신 서울시는 신혼부부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고려해 올해 4월부터 보증금의 70%만 입주 시 납부하고, 나머지 30%는 납부 유예 후 거주기간 저리의 이자(2.73%)를 부담하는 방식인 ‘보증금 분할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증금이 10억원에 근접하는 높은 가격의 미리내집들이 늘어나고 있고 자산기준이 갖는 한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향후 공실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가의 장기전세주택을 다르게 유형화하는 등 중산층 이상의 수요층을 아우를 대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