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금리인상 전망 36%→57.5%
“인상시 트럼프와 충돌 가능성”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이후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워시 의장이 취임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매파’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57.5%로 급등해 동결 확률(42.5%)을 역전했다. 이는 워시 의장의 연설 전 금리 인상 가능성이 36%로 책정된 것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10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52.5%, 12월 인상 가능성은 38.2%로 집계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연설 직후 전 거래일보다 11.8bp 상승한 4.348%를 기록해 두 달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인플레)라는 단어를 20여차례 언급했을 만큼 물가 우려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나의 기준은 이렇다.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기 금리는 연준의 양대 책무 달성을 위한 주된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해 높은 물가 둔화하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워시는 시장에 금리 경로를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에도 축소 의사를 재차 드러냈다.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이 경제지표보다 서로의 움직임만 지나치게 바라보면서 가격 발견 기능이 왜곡되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주요 운용사들의 금리 인상 기대가 다소 앞서가고 있다고 보고 있어 실제 금리 인상이 이어질지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워시 의장이 물가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결정에서는 6월과 7월에 이어 다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DWS 아메리카의 조지 캐트램본 채권부문 대표는 “시장이 연준의 역할을 대신하며 인상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했지만, 실제 경제지표가 약하게 나오면 연준이 인상에 나서지 않을 위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물가가 오랫동안 2% 목표를 웃돌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경제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금리를 올린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시 의장이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몇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원치 않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백악관과 연준이 ‘충돌 코스’에 들어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물가 흐름과 기업이익, 자본지출, 금융시장 지표, 노동시장 상황 등이 향후 금리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았다. 당장 30일부터 미국 애슈빌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4일 발표 예정인 미국 8월 고용보고서 역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 마지막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8월 고용이 추가로 약화할 경우 9월 금리 인상 필요성은 다시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노동시장의 견조함이 확인되면 인상 기대는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이체방크는 향후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지 않은 한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