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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의 모습.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등 거대 기술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이익이 커지면서, 실제 기술 분야의 실적 지표를 흐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다른 인공지능(AI) 기업에 지분 투자한 것으로 상당한 이익을 내면서, 오히려 ‘본업’에서의 실적 지표를 흐리고 ‘AI 거품론’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빅테크들의 AI 기업 투자 이익은 지난 분기에만 1600억달러(약 220조원) 상당으로 집계됐는데,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더욱 이익이 극대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투자 이익 증대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알파벳과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다른 AI 기업 지분 보유로 인해 평가 이익이 늘면서, 세전이익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분 평가이익은 회계상 ‘기타수익’으로 분류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기타수익은 지난 분기에 979억 달러(약 135조원)로, 직전 분기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기타수익이 534억달러(약 74조원)로 전 분기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빅테크들의 기타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었다. 이 기업들이 스페이스X에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보유한 지분 가치가 껑충 뛴 것이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흡수했고,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뛰었다. 엔비디아도 스페이스X의 상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엔비디아가 지난 7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기록한 기타수익은 77억달러(약 11조원). 여기에는 스페이스X 주식 1억23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기타수익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상장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오픈AI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지분을 보유중이다. 앤트로픽 역시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두고 빅테크들의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어떤지를 가늠하기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파벳과 아마존은 최근 세전이익 증가의 큰 원인이 본업으로 인한 현금 창출이 아니라,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등 투자한 기업들의 지분 가치 상승이었다.
또 시장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AI 거품론’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도 방해 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국 주식 전략 총괄인 매니쉬 카브라는 AI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인한 이익이 “수익의 질(earnings quality)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이로 인해 시장이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rice-to-earnings multiples)을 약 25배에서 20배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꼬집었다.
노르디아 자산운용의 채권 및 주식 부문 최고투자책임자 카스퍼 엘름그린은 빅테크들의 상반기 실적이 “반복 가능한 수익 창출 능력을 실질적으로 과대 포장”했고, AI 이익의 순환성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는 AI 투자에 따른 이익 증가에 대해 “기업들이 발표하는 성장세가 실제 수요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실제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올해 대규모의 일회성 이익의 ‘덕’을 본 것이, 다음해에는 오히려 실적 증가율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년 투자기업의 상장이 이어지고 지분가치가 상승해 일회성 이익이 크게 느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성장률이 낮게 잡히는 ‘기저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씨티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전략가는 “지분 평가이익으로 실적이 상승했다는 것은 다음해에 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