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서만 900명 이상 실종
수색 작업에 폭우 등 악천후 관건
시신 둘 곳 없어 임시 매장까지…국제사회에 지원 호소
韓 실종자 9명 헬기 수색 작업, 당국 불허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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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의 대홍수 발생 이후 리쿠 강 인근에 진흙으로 뒤덮인 건물들의 잔해 [로이터]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네팔·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가 발생 닷새째인 30일(현지시간) 사망자 800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3000명이 넘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재난관리청이 이날 집계한 네팔 내 대홍수 사망자는 최소 788명, 실종자는 2502명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실종자 중 외국인은 최소 59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16명, 실종자는 546명이다. 실종자 중 외국인은 261명으로 집계됐다. 네팔과 중국 당국이 이날까지 집계한 사망자는 총 804명, 실종자는 3048명이다.
네팔 당국은 피해 지역인 중부 바그마티주의 수력발전소 현장 11곳 이상에서 최소 933명의 작업자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이 중 라수와 지역의 트리슐리 3A·3B 발전소를 중심으로 100여명이 터널 안에 고립된 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두 발전소에 갇힌 인원이 약 350여명까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당국이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에 네팔 군 구조대는 전날 밤 트리슐리 3A 발전소의 토사에 파묻힌 터널 상부에 드릴을 이용해 진입로를 뚫었다. 여기에 파이프를 설치해 공기를 주입하고 카메라를 투입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이날에는 구조대가 드릴·굴착기·유압 절단기 등 중장비와 폭발물을 동원해 터널에 4개의 구멍을 굴착한 뒤 밧줄을 타고 터널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대는 현재 내부에 갇힌 사람들의 상태와 위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팔 총리실은 성명에서 “(구조대가) 밧줄을 이용해 구멍 속으로 내려가 내부에 고립된 이들을 향해 소리를 쳤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네팔 에너지부는 구조대가 산소 장비와 카메라를 갖춘 구조대원을 약 180m 떨어진 터널 내 공사 공간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단, 폭우로 강물 수위가 높아진데다 구조 장비, 역량 부족 등으로 구조 작업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2시께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트리슐리강의 수위가 상승해, 한때 굴착 작업 구역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라수와 지역의 보테코시강(트리슐리강의 상류)의 유량이 더욱 불어났다는 정보가 전해지면서, 한때 구조대와 주민들이 수색·구조 작업을 멈추고 고지대로 대피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지역은 대홍수로 강이 진흙·바위 등으로 막혀 생긴 불안정한 ‘자연댐 호수’가 형성된 상태인데, 이곳에 물이 빠르게 차올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도 전날 밤 무인기(드론)로 확인한 결과 기존의 자연댐 호수에서 약 2.8㎞ 떨어진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산사태는 새로운 자연댐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지반 불안정이나 호우 등에 따라 2차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라지 박타 슈레스타 네팔 에너지부 장관은 “여러 터널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악천후와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당국은 이날 피해가 큰 계곡 지역에 군·경찰 등 1만5000여명을 투입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고, 중국인 4명 등 183명을 구조해 헬기 등으로 이송했다.
국제 사회는 네팔의 구조 장비와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지원을 벌였다. 히말라야 지역의 고난도 터널 구조 작업 경험이 있는 인도는 터널 전문 구조대 11명을 네팔에 지원했다. 중국도 터널 전문 구조팀 9명을 네팔에 파견했다. 네팔 정부는 이 외에도 수송용 대형 드론, DNA 검사키트, 시신 보관용 냉동시설 등 수색·구조에 필요한 특수·전문 장비와 인력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송용 대형 드론 지원 요청에 대해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은 헬기로만 접근할 수 있는 여러 피해지역에 긴급 구호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중량물을 나를 수 있는 드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루 수백 구씩 수습되는 희생자 시신의 부패를 막고 유족들이 시신의 신원 확인하기 위해 냉동보관 시설과 DNA 검사키트 등 법의학 장비와 인력 등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전국 병원 시신 안치실 등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냉동보관 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시신들이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네팔 당국은 전날 신원 미상 시신 96구를 임시 매장했다. 이날도 100여구를 매장 중이다.
다만 당국은 매장 전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의 DNA 시료를 채취하고, 사진 촬영과 식별 정보 기록 등의 작업을 거치고 있다. 추후 신원이 파악되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해 힌두교 전통에 따라 화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네팔 정부는 대홍수 피해 복구비로 약 40억∼50억 달러(약 5조5000억∼6조9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추정치인 50억달러는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10%에 가까운 큰 금액이다. 카날 외교부 장관은 “피해 규모를 조사한 뒤 (복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우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각자 약 360만달러(약 50억원)씩, 유럽연합(EU)은 250만달러(약 34억5000만원), 영국은 500만파운드(약 93억8000만원), 말레이시아는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의 지원을 각각 약속했다.
유엔은 250만달러의 긴급 지원 자금을 집행했다.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을 네팔 지원에 배정하면서 3100만 달러(약 428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도 시작했다.
한국 정부합동 신속대응팀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임차 헬기 각각 1대씩 2대를 띄워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수색할 계획이었지만, 네팔군 당국이 안전·항공 혼잡 우려 등으로 인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수색 작업은 우선 미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