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전쟁’ 방아쇠 당긴 트럼프

농가에 직접 육류 가공 허용 계획 발표
“4대 대형사, 농민 삶 비참하게 만들어”
비료값 상승 등에 고통 지지층 구제용
“규제완화땐 식품 안전 우려” 반발 거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슈퍼 정치활동위원회(PAC) ‘MAGA Inc.’ 회의를 마친 뒤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안에서 ‘소고기 전쟁’을 촉발할 방아쇠를 당겼다. 주요 4대 육가공 업체에 대해 ‘고약한 독점’라고 비판하며 농민과 축산업자가 직접 육류를 가공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농민과 축산업자에게 자사 생산물을 직접 가공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법적 문서 작성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기업명을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타이슨(Tyson)·카길(Cargill)·JBS·내셔널 비프(National Beef) 등 4대 대형 가공업체를 겨냥했다. 그는 “이들 대기업이 농민과 축산업자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미 농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과 이란 전쟁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에너지 및 비료 가격이 장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 옥수수 재배자 협회 회장이자 현지 농민인 마크 뮬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맞물리면서 농업계가 198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정책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핵심 지지층을 구제해야 하는 처지다. 기존 정책들이 농가 비용을 늘리고 소고기 등 주요 소비자물가를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악시오스는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고기 수입 규제를 일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해 축산업계의 반반을 산 지 일주일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세계적인 가뭄 여파로 미국 내 사육 두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급등한 소고기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1967년 제정된 ‘건전한 육류 법안(Wholesome Meat Act)’이 소규모 육가공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아 결과적으로 축산업자들이 4대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독립 축산업자 단체 R-CALF의 빌 불라드 최고경영자(CEO)는 농업 매체 캐피털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소형 가공 공장이 진입하기에는 연방 규제의 벽이 너무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의된 PRIME 법안은 소규모 가공 공장에서 처리된 육류를 연방 검사 없이 주 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농무부(USDA)가 과도한 행정 규제 완화, 소규모 가공업체 지원, 타 주(州) 판매 확대 등의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식품 안전 단체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건전한 육류 법안’의 검사 기준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형 가공업체를 대변하는 육류 연구소(Meat Institute)는 성명을 통해 행정명령의 세부 내용을 주시하겠다면서도 “가공 기회 확대가 식품 안전 기준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방 및 주 단위의 검사 요건은 미국 가정에 안전하고 올바르게 라벨링된 육류를 공급하기 위한 필수 장치”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 최대 쇠고기 산업 단체도 이번 발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쟁 촉진과 규제 완화에는 찬성하지만, 연방 육류 검사 및 식품 안전 기준을 약화하는 것은 “시급히 제고해야 할 오류”라는 입장이다. 전국우육생산자협회(NCBA)는 성명을 통해 최근 수입 완화 조치를 포함한 정부의 잇따른 시장 개입을 비판했다.

NCBA 측은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은 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생산자들에게 불확실성만 더할 뿐”이라며 “행정부가 진정 생산자를 돕고자 한다면 과도한 규제 축소, 연료 및 비료 가격 안정, 해외 가축 전염병 예방, 지역 중소 가공업체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