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제임스 본드’ 윤곽? “크레이그 살려내” 팬들이 뿔난 이유

대니얼 크레이그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본드, 제임스 본드.”(Bond, James Bond)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검은색 타이와 턱시도, 특유의 스타일리시함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본드카. 여기에 강렬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테마곡과 아마도 가장 유명한 자기소개 대사 중 하나일 간결한 한 줄까지.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인물은 완벽한 매너와 스타일을 갖춘 영국의 신사 스파이, ‘제임스 본드’다.

영화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007 시리즈의 새 주인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시리즈 프로듀서 에이미 파스칼에 따르면, 대니얼 크레이그에 이어 전설적인 007 턱시도를 입을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올해 안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이자, 동시에 그 누구보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자리. 그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음 007 시리즈의 메가폰은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그리고 ‘듄’ 시리즈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잡는다. 크레이그의 후임으로는 제이콥 엘로디, 폴 메스칼, 해리스 디킨슨, 잭 로우든, 캘럼 터너, 그리고 잭 바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잭 바튼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넥스트 본드’로 거론되는 배우는 31세의 잭 바튼이다. 본드 역 후보로 거론되며 아마도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을 영국 출신 신예 배우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을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쟁쟁한 후보군 중 가장 화려하지 않은 이력을 가진 배우로 거론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교적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바튼이 유력한 차기 제임스 본드로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본드 역에 ‘미지의’ 영국 배우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른바 ‘떠오르는(라이징)’ 배우들이 차기 본드 역으로 지목돼 온 흐름도 후보가 바튼으로 좁혀지는 배경 중 하나다.

실제로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는 본드 역을 맡기 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고, 이는 조지 레이전비와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등 그 다음 제임스 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최근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본드가 완전한 수수께끼로 남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스파이답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미 엘로디와 터너, 디킨슨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본드로 보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튼이 여러 ‘기준’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그가 차기 제임스 본드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죽음을 맞은 대니얼 크레이그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반대로 크레이그가 본드 역에 낙점됐을 당시에도 그의 인상이 지나치게 거칠며 신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과 함께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졌던 것을 언급하며, ‘전임자와의 비교는 불가피한 숙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차기 제임스 본드를 결정하기 위한 스크리닝 테스트(배우가 실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는 오는 9월 중 진행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본드에 대해 “누구든 간에, 단 한 번의 동작으로 맨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줘야 한다”며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게 분명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