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런의 ‘오디세이’ 신드롬…‘트로이’ 다시 보고, 원작 읽는다

영화 ‘오디세이’ 장면 일부분. [AP]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대서사시 ‘오디세이(The Odyssey)’의 인기가 극장을 넘어 서점과 안방극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영화를 깊이 탐구하려는 관객들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를 읽고, 기존에 영화로 다뤄진 ‘트로이’까지 다시 보기에 돌입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801만 7000여 명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작 흥행 3위에 안착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예매율 역시 66.5%(예매 관객 수 57만 2000여 명)로 압도적 1위를 지키며 10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영화는 전 분량을 70밀리미터(mm)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 고대 지중해의 신화적 풍광을 압도적인 해상도로 구현해 관객들의 N차 관람(다회차 관람)을 끌어내고 있다.

‘오디세이’의 폭발적 흥행이 2004년 개봉작 ‘트로이’의 역주행 현상도 만들고 있다.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이달 들어 26일까지 SK브로드밴드(SK Btv), LG U플러스(LG U+ tv), 지니 TV 등 IPTV에서 영화 ‘트로이’를 구매한 건수는 2만 3653건으로 전월(574건) 대비 무려 4020.7% 급증했다. 순위 역시 103계단 수직 상승해 전체 7위를 기록했다. 관객들이 ‘오디세이’의 프리퀄(Prequel·선행 서사) 격인 트로이 전쟁의 맥락을 능동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2004년 국내 개봉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분)와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디아네 크루거 분)의 도주로 시작해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 분)와 헥토르(에릭 바나 분) 등 영웅들의 무용과 전쟁 스펙터클을 다룬다. 개봉 당시 3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인기작이다.

이 영화와 달리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전쟁이 끝난 후 폐허 위에 남겨진 인간의 참회와 귀환을 다룬다.

두 작품의 시대적·철학적 간극이 선명하다. ‘트로이’가 청동기 문명의 화려한 격돌과 영웅주의적 자멸을 그렸다면, ‘오디세이’는 트로이 목마라는 기만술로 한 문명을 절멸시킨 주모자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를 조명한다.

특히 영화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절대 규범이자 문명의 지탱대였던 ‘제우스의 법(환대와 신의의 규범)’을 깨뜨린 주인공이 겪는 10년간의 징벌과 정화 과정을 심도 있게 해부한다.

전작 ‘오펜하이머’에서 핵무기 개발로 인류 파멸의 문을 연 과학자의 내면을 해부했던 놀런 감독의 ‘문명 파괴’에 대한 자기 성찰과 일맥상통한다.

‘오디세이’ 열풍은 스크린 밖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안드레이 콘찰롭스키 감독의 1997년작 TV 영화 ‘오딧세이’ 구매 건수는 전월 대비 8440.7%(2306건) 폭증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선 주간 차트 2위까지 치솟았다.

서점가 역시 호메로스의 완역본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급증하는 등 2800년 전 고전 텍스트를 향한 학구적 열기로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