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묻지 않는 시대”라지만… 상하이 스캔들, 단순한 사생활 논란인가
공관 신뢰·공직기강·정보관리 문제까지 불거진 사건… 인천시 인사위, 무엇을 검증했나
민선 9기 첫 인천 경제사령탑 인사… 박찬대 시장의 선택 기준 시험대 올라
인천 경제 미래 이끌 경제청장 인선, 박찬대 시정의 성패와 정치적 명운 가를 중요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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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경제자유구역청 |
노자(老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과 능력이 높아질수록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공직의 자리는 개인의 능력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성과 책임감으로 완성돼야 한다.
제9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인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노자의 상선약수가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이 민선 9기 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천 경제의 핵심 사령탑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 28일 차기 인천경제청장 면접 후보자 5명에서 최종 3명으로 압축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박찬대 시장의 최종 선택과 산업통상부와의 임명 협의 절차다.
그런데 최종 후보군에는 과거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한 공직윤리 논란이 제기됐던 중앙부처 인사와 과거 인천경제청장 재직 시절 뇌물수수 사건으로 기소됐던 전직 경제청장 출신 인사가 포함됐다.
반면 나머지 한 명의 후보는 투자유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 경력을 쌓은 인물로 알려졌다.
결국 과거 논란이 거론된 두 후보 모두 인천시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더욱이 이번 공모가 진행되기 전부터 특정 중앙부처 인사가 차기 경제청장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사실상 내정설까지 나돌았다.
그리고 해당 인물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2010~2011년 대한민국 외교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단순히 오래전의 개인적 논란으로 치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해도… 국가적인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다
분명 시대는 변하고 있다.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이성과 관련한 스캔들에 휘말리면 사퇴하거나 공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건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사회적 비난과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성인 사이의 개인적 관계까지 국가와 사회가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되며 사생활과 공직 수행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과거의 잘못이나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미래를 영원히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단순히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
특히 상하이 스캔들은 단순한 개인적 관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외교관과 재외공관의 공직기강, 국가기관의 신뢰, 공관 내부 정보 관리 문제까지 불거졌던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은 대한민국 외교가의 신뢰와 공직기강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고 국제적으로도 한국 외교관 사회의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경제청장 인선은 일반적인 ‘과거 사생활 논란’과는 다른 차원의 검증을 요구한다.
개인의 사생활이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묻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직기강과 국가기관의 신뢰, 공적 정보 관리 문제가 함께 불거졌다면 그것까지 단순한 사생활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이번 경제청장 인선은 단순히 ‘누가 청장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박찬대 시장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천 경제의 핵심 사령탑을 선택하면서 무엇을 검증했고 어떤 기준을 우선했느냐의 문제다.
인사위원회, ‘능력’만 봤나, ‘신뢰’까지 봤나
더 큰 의문은 인천시 인사위원회의 검증 과정이다. 경제청장은 일반적인 고위공무원이 아니다.
송도·영종·청라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외국인 투자유치,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 중앙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책임지는 인천 경제의 사령탑이다.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제청장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만이 아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가 ▷인천시 공직사회가 수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인천이라는 도시의 얼굴로서 공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이 역시 경제청장 검증의 중요한 기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심의 과정에서 과거 공직윤리 논란이 어느 정도까지 검증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사위원회가 후보들의 과거 논란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검토했다면 현재의 전문성과 이후 공직 경력이 과거의 문제를 넘어설 만큼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의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 자격을 영원히 박탈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 경제를 책임질 최고위 공직자를 뽑으면서 논란이 된 과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단순히 능력 중심 인사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검증의 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박찬대 시장
인사위원회가 후보를 압축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했다면 최종 선택의 책임은 박찬대 시장에게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민선 9기 박찬대 시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인천 경제사령탑 인사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앞으로 박찬대 시정부가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전문성과 도덕성, 공직윤리와 공적 신뢰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후보의 내정설이 기정 사실이 된다면, “왜 이 인물이었는가”, “과거 논란을 충분히 검증한 뒤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맡길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공적 신뢰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그 판단의 근거를 시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 없이 “과거의 일”이라는 말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하이 스캔들은 단순히 개인의 부적절한 관계로만 기록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기강의 해이와 공관의 신뢰 추락, 공적 정보 관리 문제가 함께 불거지면서 대한민국 외교가에 큰 파장을 남긴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를 일반적인 사생활 논란과 같은 선상에서 단순하게 ‘오래전 일’로 정리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과 설명이 필요하다.
특정 후보도 ‘상하이 스캔들’ 꼬리표가 임기 3년 동안 붙어 다닌다면, 본인도 힘들 것이다. 인천경제청 내부 조직도 마찬가지다.
능력·공적 신뢰 기준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보여주는 시험대
인천경제청장은 권한이 큰 자리다. 인천의 미래 산업과 도시 경쟁력, 대규모 개발사업과 글로벌 투자유치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능력과 함께 더 엄격한 수준의 공적 신뢰가 요구된다.
상선약수라 했다. 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고 물은 스스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인천 경제의 가장 높은 자리를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지금, 박찬대 시정부에 필요한 것도 결국 화려한 경력표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경제청장 인선은 특정 후보 개인의 과거를 다시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박찬대 시장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쓰는 시장인지, 인천시가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공적 신뢰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시험대다.
높은 자리를 선택할수록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상선약수의 의미는 어쩌면 지금 경제청장 인선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말인지도 모른다.
인천 경제의 미래를 이끌 이번 경제청장 인선은 박찬대 시장에게 단순한 인사를 넘어 시정의 성패와 정치적 명운을 가를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