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구금고 ‘꿀단지’인 줄 알았는데 ‘애물단지’ 됐나?

서울시금고 4년간 출연금 3000억원 이상…자치구 금고도 150억~200억원대
거액 출연금에다 높은 약정이율, 각종 협찬 부담까지…은행들 신규 입찰 참여 꺼려
강남·동대문구 경쟁입찰 무산돼 재공고…기존 금고 은행만 참여 전망


서울시 시금고나 자치구 구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 우리, KB 등 시중은행들 . 하나은행은 현재 서울시 구금고를 한 곳도 맡고 있지 않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서울시금고 4년간 출연금 3000억원 이상,자치구 금고도 150억~200억원대.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의 거액이다.

서울시금고와 자치구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제시하는 출연금 규모가 서울시금고는 4년간 3000억원 이상, 일부 자치구 금고는 150억~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뿐 아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맡긴 예금에 적용되는 약정이율도 일반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한·우리·KB국민·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과연 시금고와 구금고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시금고나 구금고를 유치하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출연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약정이율까지 높아지면서 금고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은행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나 자치구가 개최하는 축제와 각종 행사에 협찬금까지 부담해야 해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고 운영에 따른 수익은커녕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얘기까지 은행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한·우리·KB국민·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치열하게 경쟁한 지난 5월 서울시금고 입찰에서는 신한은행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유치를 위해 부담하는 출연금도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동대문구 등 주요 자치구의 구금고 선정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현 금고 은행 이외의 다른 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강남구금고 입찰에는 올해 말까지 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강남구는 재공고를 냈다. 재공고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현재 구금고와 수의계약을 하게 된다.

동대문구도 구금고 지정 공고를 냈지만 현재 금고를 운영 중인 KB국민은행 이외의 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재공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이 시금고나 구금고를 운영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오히려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신규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구금고 운영은 은행의 대외 신뢰도와 공신력을 높이고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기관과의 거래 기반을 확보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현재 금고를 맡고 있는 은행들은 기존 금고를 계속 운영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자치구 금고 지점장은 “자치구 금고마저도 운영 과정에서 한 해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시금고나 구금고를 맡아 돈을 벌던 시대는 사실상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