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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 제공] |
29일 오전 10시 30분 13초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은 북위 34.66도, 동경 126.40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20㎞다.
해남에서는 지난 9월 14일 규모 2.1 지진을 시작으로 15일 2.5, 16일 2.2와 2.4, 21일 2.3, 22일 2.7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해 전남·광주 지역에서 최대진도 4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이후에도 25일 규모 2.5, 26일 2.1, 28일 2.2 규모의 지진이 이어졌고, 하루 만인 이날 다시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9월 14일부터 이날까지 해남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모두 11차례에 달한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인근 지역은 지진동을 느낄 수 있다”며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지역에서 짧은 기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반복되는 현상을 지진학에서는 ‘군집형 지진’(swarm earthquake)이라고 부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앞서 해남 일대에서 발생한 유사한 군집형 지진을 분석해, 진앙 일대가 서북서-동남동 방향으로 발달한 심부 단층계에서 좌수향 주향이동운동으로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좌수향 주향이동운동은 단층면을 사이에 두고 지각이 수평 방향으로 어긋나는 운동을 말한다. 연구원은 이 단층군이 인근의 대규모 구조선인 광주단층과는 별개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단층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해남 일대에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군집형 지진이 관측된 곳에서는 대체로 활성화된 단층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1436년 진도 인근 지진의 발생 위치가 현재의 해남 지진군과 겹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약 500년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에서 지진이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오래된 단층이 긴 휴지기를 거쳐 재활성화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계는 이번과 같은 소규모 지진군이 곧바로 대형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손문 부산대 교수는 “현재까지의 지진 규모로는 강한 지진이 뒤따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KIGAM도 앞선 분석에서 “대형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한 전문가 논의에서는 진앙 분포 범위가 약 500m 수준으로 좁고, 2013년 보령 해역과 2019년 백령도 인근에서 있었던 과거 유사 사례도 대형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 진원 깊이(20㎞)가 깊어 지표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감쇠된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판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진에서 자유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정용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안전연구본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판 경계 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판 내부이면서 동시에 활성단층이 분포하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는 서쪽으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충돌에 따른 압축력, 동쪽으로 태평양판이 일본 해구로 섭입하며 발생하는 응력, 남쪽으로 필리핀해판의 장기적 응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지각 환경에 놓여 있다. 이렇게 장기간 누적된 응력이 기존에 존재하던 단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한반도 지진의 핵심 발생 기전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지표에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던 단층이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활동하면서 발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지표에서 확인되지 않는 ‘맹암단층’의 존재 가능성과, 양산단층계를 비롯한 영남권 단층대에 대한 정밀 지구물리 탐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번 해남 지진군 역시 즉각적인 대형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은 향후 지진 활동 추이를 계속 관찰하며 정밀 분석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