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미국 인플레 우려스러워”…'선제적 지침' 축소 기조 재확인

“인플레 목표치로 빠르게 이동 않는다면 연준 할 일 남은 것”
“현 금융여건, 긴축적이라 보기 어려워”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기조 재차 강조
“특정 결정 약속하려 이 자리에 선 것 아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하며, 향후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하며, 향후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현재 금융 여건이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최근 물가 지표 개선만으로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뚜렷하게 나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워시 의장은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줄여야 한다는 기조를 재확인 했다.

워시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대비 3.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2%올랐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워시 의장은 올여름 물가 지표에 대해 “최근 일부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조적인 물가 추세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워시 의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광범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를 구성하는 품목 가운데 약 절반이 3%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 해당 비중은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워시 의장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도 긴축 유지의 근거라고 봤다. 그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기업 설비투자(CapEx) 확대, S&P 500 기업의 견조한 수익성, 낮은 신용 스프레드와 완화된 은행 대출 태도 등을 거론하며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4.1% 수준의 실업률과 견고한 민간 소비로 완전고용 상태가 유지되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워시 의장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지지할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향후 금리 경로 역시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축소해야 한다는 워시의 기존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시 의장은 “개요라고 불러도 좋고, 길잡이 지도라고 불러도 좋다. 다만 포워드 가이던스라고만 부르지 말라”며 “나는 오늘 특정 결정을 약속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규율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섰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그렇게 정밀해서,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검증된 정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정책당국자들이 경기 사이클을 거치며 금리 경로에 대해 사실상 약속에 가까운 신호를 주게 되면 실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워시 의장은 현재 약 3.6% 수준인 정책금리가 경제를 강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징후도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시장과 대출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제약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주택과 농업 부문에서 일부 부담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워시 의장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공개 연설이다.

이번 잭슨홀 미팅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고조되는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 재무부의 채권 시장 개입 등 여러 변수가 산재된 환경에서 열렸다. 시장과의 소통을 축소해 시장의 불신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는 워시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이 쏠렸다.

워시 의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올봄 연준 의장에 취임한 이후 내부에서 엇갈려온 경기와 물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워시 의장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결정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망과 투자 흐름, 지정학적 여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를 확인한 뒤 금리정책 변경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워시 의장의 연설 이후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금리 변화에 민감한 단기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워시의 발언이 공개되기 직전 4.224%에서 최근 4.275%로 올랐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4.662%에서 4.684%로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시 의장의 연설 이후 시장 참가자들이 다음달 16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