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축분 중동으로 이동…“재고 위기 수준 넘어”
러 미사일 공격 대응 능력도 “매우 제한적”
재고 회복까지 상당 시간 예상
![]() |
|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탄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쟁이 미국의 요격 미사일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방공망이 부실해진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럽 주둔 미 국방 관계자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유럽 내 미군과 나토군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은 6개월간 이어진 이란과의 전쟁으로 전체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재고의 약 65%를 소진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동으로 미사일이 대거 이동하면서 유럽에 배치된 패트리엇 재고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국방 관계자는 현재 재고 수준을 “위기 수준을 넘어섰다(beyond critical)”고 표현했다. 이에 유럽 주둔 미군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만큼 충분한 패트리엇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러시아가 군 지휘부나 발전소 등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나토가 패트리엇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 한 차례의 탄도미사일 공격이나 궤도를 벗어나 나토 영토로 날아오는 러시아 미사일에 대응하는 능력조차 “매우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패트리엇 재고가 급감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란전이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유럽에 있던 미군 미사일 재고 일부가 중동으로 옮겨졌다. 미국과 걸프 지역 동맹국들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을 포함한 상당량의 요격미사일을 사용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전에서 미국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약 1500발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쟁 전 미국이 보유했던 전체 재고 약 2330발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미국의 요격 미사일 재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백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계획된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예상치 못한 이란전에서 단기간에 막대한 양의 미사일이 소진된 것이 재고 부족을 심화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패트리엇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과 나토의 핵심 방공체계다. 유럽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SAMP/T 등 다른 방공체계도 있지만 패트리엇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은 부랴부랴 생산 확대에 나섰다. 올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량은 약 600발로 예상되며 미국은 203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2000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럽에서도 독일에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등 공급망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유럽의 방공 공백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패트리엇 발사체계를 보유하고도 실제 사용할 요격미사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와 나토는 유럽의 방어 능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나토 측은 패트리엇 재고가 ‘위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나토가 회원국 영토를 방어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방공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