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회 노린다” 미 정보당국 평가
방러 CIA 국장 “확전 자제” 경고
아시아도 중국 억지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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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장기전으로 미국의 전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공세를 강화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가 새롭게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내용의 기밀 정보 평가를 입수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장기간 이어진 대(對)이란 군사작전으로 미군의 병력 대비태세가 약화하고 탄약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군이 보유한 핵심 무기 재고는 크게 줄었는데,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한 방공 체계뿐 아니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단거리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큼스) 등 정밀 타격 무기 재고도 감소했다. 에이태큼스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수요가 높은 무기다. 감시와 표적 식별 등에 쓰이는 리퍼 무인기도 보유 재고의 약 4분의 1을 잃었는데, 리퍼 1대의 가격은 약 3000만~5000만달러(약 413억~689억원)에 달한다.
러시아는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공급해온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파고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을 공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상당수 물량은 내년에야 도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 특히 발트 3국은 푸틴 대통령이 압박 수위를 더 높이거나 더욱 도발적인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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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로이터] |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내부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은 지난 2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위를 크게 끌어올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확전에 나설 경우 오히려 러시아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랫클리프 국장이 직접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교착 상태를 깨지 못해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러시아가 미국의 전력이 소진돼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 측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크게 확전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2021년 말 이후 처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CIA 국장을 지낸 윌리엄 번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러 모스크바를 찾은 바 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랫클리프 국장과 대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은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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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 엘링턴 공항에 도착해 손짓을 하고 있다. [AP] |
대외적으로 미국은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방러도 정례 행사일 뿐이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도발을 우려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우려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유럽의 미국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며 “그(푸틴)는 나토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언을 러시아를 향한 ‘구두경고’라 해석하고 있다.
WP는 미국의 무기 부족이 아시아 동맹국 사이에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과 잠재적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이를 억제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