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서울시의회 ‘정치 명문가’ 되나?…4명 중 3명 핵심 요직 포진

성흠제 부의장·이병도 운영위원장 이어 박유진 예결위원장 선출...이현찬 의원도 과거 행정자치위원장·예결위원장 역임
김미경 은평구청장까지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 출신…막강한 정치력 ‘예산 전폭 지원’ 눈길


성흠제 부의장, 이병도 운영위원장, 박유진 예결위원장(왼쪽부터)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은평구가 서울시의회에서 ‘정치 명문가’로 떠오르고 있다.

은평구 출신 서울시의원들이 제12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단과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핵심 요직을 잇달아 차지했기 때문이다.

3선 성흠제 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1)이 부의장, 3선 이병도 의원(민주당·은평2)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재선 박유진 의원(민주당·은평3)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은평구 출신 서울시의원 4명 가운데 무려 3명이 서울시의회 핵심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인 3선 이현찬 의원(민주당·은평4) 역시 과거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낸 중진이다. 현재 보직만 놓고 보면 4명 중 3명이 주요 자리에 포진했지만, 경력까지 포함하면 은평구 시의원 4명 모두 서울시의회에서 위원장급 중량감을 갖춘 셈이다.

성흠제 부의장…집행부와 의회 잇는 가교

성흠제 의원은 지난 7월 7일 열린 제33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12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성 부의장은 제11대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을 맡아 소수 야당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소속 의원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서울시 주요 정책과 예산을 견제하면서도 현안에 따라 집행부와 협력하는 정치력을 보여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성 부의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부의장은 권한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과 섬김의 자리”라며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정활동이 시민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서울 TF’를 구성해 서울시 주요 정책을 점검하고, ‘1의원 1정책지원관’ 도입과 전문위원실 기능 강화, 정책토론회 및 연구활동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병도 운영위원장…서울시의회 ‘컨트롤타워’ 맡아

서울시의회는 이어 7월 21일 열린 제338회 임시회에서 이병도 의원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위원장은 제10·11대에 이어 제12대까지 내리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운영위원회는 서울시의회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상임위원회다. 의회사무처를 비롯해 서울시장 비서실과 정무부시장실을 소관하며 시정 전반의 주요 정책과 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 위원장은 운영위 중점 과제로 ▷AI·디지털 기반 의정활동 혁신 ▷의정활동 홍보체계 전면 개편 ▷의정활동 지원체계 강화 ▷지역 의정활동 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권한을 앞세우기보다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의원 모두와 함께 뛰는 운영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서울시의회 혁신 성과를 전국 지방의회와 공유해 새로운 지방의회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유진 예결위원장…‘연간 70조원 곶간 지킴이’

서울시의회는 지난 25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에서 박유진 의원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예결위는 2027년도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사·의결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2026년 기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총 69조8020억원에 달한다. 박 위원장이 사실상 ‘연간 70조원 규모의 곶간 지킴이’를 맡게 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하행 방향 징수 중단과 소방공무원 ‘3조 1교대 근무’ 개선,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방과 후 학교시설 개방 등 시민 편의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지금 아프고 어렵고 힘든 사람부터 예산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예산 심사 원칙을 밝혔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진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비용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국내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의 AI 기술을 엑스레이에 접목하는 방안을 사례로 들었다. 혁신 기술을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도 더 많은 노동자에게 정밀 진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 온 주요 시정사업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과 재평가를 예고했다.

불필요하게 증액됐거나 무리하게 추진되는 사업 예산을 삭감해 민생 안정과 복지, 교육 환경 개선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는 사회복지와 도로·교통, 도시안전 등 민생 분야 예산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성과가 미흡하거나 전시성 논란이 있는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3선 의원으로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이현찬 시의원도 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예결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력을 바탕으로 차기 은평구청장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


3선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서울시의회 상임위원장 출신

은평구의 정치적 저력은 현역 시의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선 은평구의원과 3선 시의원 출신으로 서울시 여성 최초 3선 구청장이 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서울시의회 여성 의원 최초로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을 맡아 도시계획과 주택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성흠제 부의장과 이병도 운영위원장, 박유진 예결위원장에 이어 이현찬 의원과 이현찬 시의원, 김미경 구청장까지 서울시의회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들이 은평구 정치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안팎에서는 이들이 모두 구의원이나 시의원 등 지방의회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았고, 탄탄한 지역 기반과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를 구축한 점을 약진의 배경으로 꼽는다.

서울시의회 의장단과 운영위원회, 예결위원회는 의회 운영과 서울시 정책·예산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이들 자리에 은평구 출신 의원들이 나란히 포진하면서 은평구 현안 해결과 지역 발전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은평구가 서울시의회의 새로운 ‘정치 명문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