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벤치 생활 견딘 김하성, 다저스전 9회말 대타 끝내기 안타
"어떻게 팀에 도움 될지만 생각…계속 준비한 것이 결실"
와이스 감독 "출전 못 해도 불평불만없이 정말 열심히 훈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월트 와이스 감독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김하성에게 다가가 축하하고 있다.[AP=연합] |
김하성은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애틀랜타 브레이스 사령탑 월트 와이스 감독은 그 장면을 김하성이 묵묵히 흘린 땀에 대한 '너무나 적절한 보상'이라는 의미로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는 문예비평 용어를 사용했다.
김하성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2사 1,2루 상황에 대타로 등장했다. 다저스 좌완 태너 스콧과 끈질긴 승부를 벌인 끝에 시속 97마일(약 156㎞)짜리 약간 낮은 패스트볼을 받아쳐 총알같이 날아가는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2루 주자 레인 토머스가 홈을 밟으면서 애틀랜타의 6-5 승리.
연봉 2천만달러의 고액을 받으면서도 부상과 타격부진으로 벤치신세를 감수해야 했던 김하성의 올 시즌을 생각하면 더욱 극적인 한 방이었다.
김하성은 겨울 비시즌에 한국에서 빙판길에 넘어져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다쳤다.5월에야 복귀했지만, 부상했던 손가락이 다시 악화돼 7월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8월 초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출전은 31경기에 불과했다. 6월 3일 이후 안타가 없었고, 8월 15일 이후에는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김하성은 자신의 처지를 앞세우기보다 '팀에 무엇을 보탤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고 했다.
김하성은 경기가 끝난 뒤 통역을 통해 개인적으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팀이 좋은 경기를 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어떻게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를 계속 생각해 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출전 기회가 적은 동안에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고,그동안 계속 준비하고 노력했던 것이 이날 결정적인 순간에 결실로 나타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끝내기 타석에서도 김하성의 준비가 빛났다.
최근 실전 타석이 거의 없었던 자신을 상대로 투수가 적극적인 승부를 펼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3볼-0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에는 패스트볼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공 두 개를 연달아 파울로 걷어내며 버텼고, 마침내 스콧의 97마일 패스트볼을 결승타로 연결했다.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동료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김하성은 1루와 2루 사이에서 선수들에게 둘러싸였고 물세례를 받았다. 유니폼 상의가 벗겨질 정도로 격렬한 축하가 이어졌다.
김하성이 9회말 대타로 나가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린 뒤 두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Imagn Images=연합] |
김하성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감추지 않았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시기가 찾아오며 자신에게는 2026년이 그런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계속 노력한다면 야구는 이어지고 자신에게도 다시 좋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김하성의 태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월트 와이스 감독의 평가는 그같은 김하성의 자세와 태도를 추켜세운 것이었다.
와이스 감독은 김하성이 빅리그에서 엘리트 수준의 선수였지만 올해는 부상 때문에 계속 뒤처진 상태에서 시즌을 따라잡아야 했다고 돌이켰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도 마우리시오 두본이 김하성 대신 외야에서 유격수로 전환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김하성에게 충분한 타석을 주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전 기회가 사라져도 김하성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와이스 감독의 말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불평하거나 삐져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해서 대단히 열심히 훈련했다"고 김하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래서 와이스 감독에게 이날 끝내기 안타는 단순한 결승타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김하성이 이런 순간의 주인공이 된 것을 두고 스포츠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는 고급스러운 용어까지 끄집어냈던 것이다. 노력한 사람에게 마침내 찾아온 '더없이 걸맞은 보상'이라는 의미다.
김하성에게도 특별한 끝내기였다. 2023년 4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이후 처음 기록한 끝내기 안타였다.
올 시즌 김하성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하성은 벤치에서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찾아온 한 차례 기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황덕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