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장 ‘실종사건 허위종결’ 사과…“경찰이 책무 저버려” [세상&]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실종사건 허위종결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제주에서 경찰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이 실종자들이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된 사태와 관련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사과했다. 허위 종결한 부모(34) 경장이 직무유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지 13일 만이다.

고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경찰청 간부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두 분의 고인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겪고 계실 유족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고 청장은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제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경찰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과 불안을 느끼셨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고 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이 없이 공개하겠다”며 “도내 모든 실종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여 또 다른 과오가 있는지 점검토록 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고 청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다시 신뢰를 보여주실 때까지 철저히 변화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고 청장은 지난 12일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에 포함된 상태다.

“장미란 씨 타살 가능성 낮아…실종 직후 사망한 듯”


제주경찰청은 제주에서 3개월여 실종된 끝에 시신으로 발견된 장미란(37) 씨가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청 관계자는 전날 개최된 언론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발견된 상태와 부검 소견을 종합했을 때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단정할 수 없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의 목맴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주청 관계자는 “장씨가 목을 매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끈과 함께 발견됐다”며 “사용된 끈은 본인이 집에서 가지고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정확한 사망 시점이나 외상 흔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실종 104일 만에 그가 머물던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거리의 한 야자수 농원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제주청 관계자는 “고도의 부패, 부분 백골화로 외상이나 질식 등을 논하기 어려우며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청 관계자는 “장씨가 5월 12일 저녁 10시 15분쯤 숙소를 나선 이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질 때까지 위치 변화나 통화 내용이 없었고,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 생활 활동도 전혀 없었다”며 “이 같은 사실로 미뤄봤을 때 5월 12일에서 13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장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부 경장은 장씨의 신고를 접수한 지 2시간 30분여 만에 사건을 임의로 종결했는데, 실종 추정 시점 이후 통화 내역이 확인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 경장은 수사가 시작되고도 장씨와 통화했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 경장은 장씨 외에도 지난 2월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의 사건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청 관계자는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 신고 298건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 몇 건을 조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