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확보없이 교부금 손대선 안돼…대입 서·논술형 공정성 논의 필요” [헤경이 만난 사람-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한 반 25명인데 뭐가 어렵나 말하지만
세심히 돌볼 ‘위기 학생’ 과거비해 늘어
상담·보건·AI…교원 수요 판단 어려워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큰 흐름 맞아
학폭 증가…학교의 갈등 조정 기능 강화
휴대전화 점진적 규제·교권침해는 엄단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내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부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초·중·고 교육 예산으로 배분해 오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키로 했다. 1972년 도입 이후 55년 만이다. 학령인구가 꾸준히 줄고 있는 데 반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늘면서 교육재정이 함께 불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꾸준히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단순한 학생수 감소가 아닌 학급수로 바라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항변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의 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교육감을 만나 교부금 개편에 대한 그의 솔직한 입장을 들어봤다. 더불어 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현장의 미래 구상에 대한 그의 청사진도 함께 인터뷰에 담았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원 정원을 함께 줄이는 방향에 대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교사와 예산이 더 필요한 요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초학력과 이주배경학생, 특수교육, 학생 마음건강, 인공지능(AI) 교육, 고교학점제 등 학교가 맡아야 할 역할이 복잡해진 만큼 학생 수만으로 필요한 교사와 교육재정 규모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정 교육감은 “교원 정원 문제와 예산 문제는 밀접하게 연관된 두 개의 수레바퀴”라며 “질적으로 담보된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정원과 예산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교육계 사이에서 이뤄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 과정에서 “적절한 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 25명인데 뭐가 어렵냐고?…교실은 과거와 달라졌다”

정 교육감의 이같은 목소리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근거한다. 그는 학생 수가 줄면 교사도 자연스럽게 줄여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한 학급에 30~40명이 공부하던 시절과 지금의 교실은 역할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그는 “30~40년 전 학생이었던 기성세대는 ‘지금은 한 반에 25명, 얼마나 좋으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정작 교사들 눈으로 보면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돌봐야 할 학생은 훨씬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교육청이 계산한 추가 교원 수요는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한다. 공립초등학교 1·2학년 4621개 학급에서 국어·수학 기초학력 수업을 학급당 주 10시간씩 지원하려면 약 2100명의 교원이 더 필요하다. 서울 공립초 566곳에 AI·디지털 전담교사를 한 명씩만 두더라도 566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본격화하면서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위기학생도 학교 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 교육감은 “예전에는 위기학생이 10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 3~4배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복합적 위기학생이 늘수록 교사는 물론 상담교사 등 비교과 교사와 지원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담·사서·보건·영양교사와 AI 교육을 담당할 전담교사 수요까지 감안하면 학생 숫자만으로 교원 적정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교육감은 고교학점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봤다. 그는 “학교가 작아질수록 한 선생님이 여러 과목을 맡을 수밖에 없다”며 “고교학점제의 근본적인 조건 중 하나가 적정 교원 확보인데 절대적으로 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입제도와의 ‘엇박자’도 지적했다. 선택과목을 다양화하면서도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학생들이 성적에 불리한 과목을 피하게 돼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교학점제와 절대평가가 함께 갔어야 하는데 고교학점제만 먼저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교원 확보 없이 교부금까지 손대나…내국세 연동 유지해야”

정 교육감은 교원 수급 문제를 교육재정과 분리해 논의하는 것에도 비판적이다. 그는 “교사 정원은 확보해주지 않으면서 예산까지 상대적으로 줄이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교원 정원과 재정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교부금 개편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내국세 연동 방식과 경상성장률을 토대로 한 방식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이라며 “경상성장률 방식이 왜 더 낫다는 것인지 증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입장은 아니다.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크게 오르내리는 문제는 손볼 수 있다고 봤다. 정 교육감은 “교육재정은 인건비 비중이 크고 인건비는 매년 평균 3% 정도 증가한다”며 “내국세 연동제를 유지하되 교부금이 전년보다 5% 이상 늘거나 줄 때 작동하는 안전장치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부금이 급증할 경우 일부를 적립하고 감소기에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육청 내부의 지출 효율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과가 낮거나 유사·중복된 사업은 정리하되 이를 교육재정 자체를 줄이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의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는 최근 7년간 전체 교육재정의 평균 약 70%에 이른다.

정 교육감은 “학교에 가서 예산이 남아도느냐고 물어보면 돈이 남아 돌아 그만 달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학생 수보다 학급 수와 적정 학급당 학생 수, 학교가 실제로 담당해야 할 교육 수요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모습. [연합]


이주배경학생·학폭 증가…복잡해진 학교의 모습

서울의 학령인구 감소가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주배경학생이 특정 학교에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이주배경학생이 모이기 시작하면 한국 학생이 빠져나간다”며 “지난해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70%였던 학교가 80%, 9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터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20% 이상인 학교는 학급당 22명, 40% 이상은 20명, 60% 이상은 18명으로 학급 규모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중언어 교실이나 이중언어 학교를 도입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밀집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다문화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주배경학생을 인위적으로 다른 학교에 배치하는 방식에는 신중했다. 통학권과 학교 선택권, 외국인 주민의 주거 밀집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에서도 정 교육감은 제도 자체보다 학교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학폭을 엄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학생의 교육 과정에서 과도하게 대학입시와 연결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폭 처분이 대입 불이익으로 직결되면서 맞신고와 행정심판, 소송이 늘고 학교의 갈등 해결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정 교육감은 이를 ‘교육의 사법화’라고 표현하며 “처벌과 대입 불이익을 지나치게 강하게 연계하는 현재 방식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처벌보다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고 봤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초등 1~3학년에서 시범 운영한 ‘관계회복 숙려제’를 올해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했다. 정 교육감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갈등을 넘어설 힘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은 ‘폰프리’보다 점진적 규제…교권엔 직접 개입

학생 휴대전화 사용에는 ‘점진적 규제’를 택했다. 정 교육감은 초등 저학년의 스마트폰 사용이 학생 발달과 집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휴대전화 수거를 의무화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는 “통째로 휴대전화를 금지한다, 허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중·고교를 발달 단계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이 ‘폰프리’로 간다면 서울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점진적이고 온건한 방식”이라면서도 “큰 흐름은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권 침해에는 교육청의 직접 개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반복적인 악성민원이나 폭행·협박 등 교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은 학교에만 대응을 맡기지 않고 교육지원청과 본청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는 교육감 명의 고발도 검토한다.

다만 악성민원의 범위는 보다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정 교육감은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은 정당하다고 하고 교사는 악성민원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 차이를 어떻게 조정할지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대평가·학교 통폐합 모두 ‘일률적 기준’ 경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서·논술형 평가 확대라는 기존 방향을 유지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해 2033학년도부터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2040학년도 수능 폐지를 제안한 바 있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논의하는 데 대해서도 “큰 흐름은 그렇게 가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대학 논술 확대 당시 사교육이 크게 늘었던 점을 거론하며 서·논술형 평가가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 가능성은 경계했다. AI를 활용한 채점 역시 창의적인 답변까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평가의 주관성과 공정성, 사교육 문제 등에 대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3년까지 시간을 둔 것도 평가 신뢰성 확보와 교원 전문성 강화 등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역시 학생 수 하나만으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도시지역 초등학교 240명, 중·고교 300명 이하 등을 기준으로 삼았던 적정규모학교 육성 권고기준을 폐지하면서 서울교육청도 올해 안에 자체 기준을 마련한다.

정 교육감은 “학생 수는 학교 규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 존치 여부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학생 수 증가 가능성과 통학 여건, 인근 학교와의 거리, 주택공급 계획 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저출산 시대일수록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교원 정원과 교육재정을 확보하도록 정부에 계속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재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걸어온 길

▷1957년 전라북도 익산 출생

▷1980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2003년~2023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16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2020년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2024년 제23대 서울시교육감 당선

▷2026년 제24대 서울시교육감 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