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주류 불매 캐나다 시장서만 약 3억6천만달러 증발
지난해 와인 수출 35% 급감…"금주법 이후 최대 충격"
![]()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한 와이너리[adobestock]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 2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번 캐나다의 보복관세 대상에 와인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산 주류 불매 움직임이다.
캐나다 여러 주정부는 당시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주류 판매를 제한하거나 매장에서 철수시키는 조치를 시행, 미국 최대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와인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와인 수출액은 8억500만달러로 전년보다 35% 급감했다. 특히 감소분의 약 80%가 캐나다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캐나다는 미국 전체 와인 수출시장의 36%를 차지하는 최대 해외시장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 중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크다. 보고서는 캐나다의 미국산 와인 불매 조치로 미국 와인업계가 벌어들일 수 있었던 매출 가운데 약 3억6천만달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했다.
와인 인스티튜트(Wine Institute)의 줄리 버지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회장은 "미국 와인산업이 금주법(Prohibition) 이후 경험한 가장 심각한 시장 혼란"이라고 말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일부 중소 와이너리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에 소개된 소노마카운티의 한 와이너리는 전체 해외매출의 약 85%를 캐나다에서 올렸는데 불매운동으로 사업이 "파괴적인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매출 감소로 직원들을 해고한 와이너리도 여러 곳에 이른다.
●캐나다 진열대 잃으면 유럽·남미산 와인이 차지
업계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 감소보다 장기적인 시장 상실이다.
미국산 와인이 캐나다 매장에서 사라진 기간이 길어질수록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이나 호주, 칠레 등 경쟁국 와인들이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캐나다와의 무역분쟁 피해는 와인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관광산업도 캐나다 방문객 감소로 타격을 받고 있다. 2025년 캘리포니아를 찾은 캐나다 관광객은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캐나다가 이번에 발표한 보복관세에는 농업과 전자제품, 운송장비 산업도 포함돼 있어 관련 산업 비중이 큰 캘리포니아 경제에 추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 감소·공급과잉에 무역전쟁까지 '삼중고'
특히 이번 사태는 캘리포니아 와인산업이 이미 구조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와인 소비 감소와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와이너리들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고 있으며, 팔 곳을 찾지 못한 포도를 대량 폐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대 수출시장인 캐나다까지 사실상 막히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연방 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마이크 톰슨(민주·세인트헬레나) 연방하원의원이 관세로 피해를 입은 미국 와인 생산업체에 납세자 재원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특수작물·와인 생산자 관세구제법(Specialty Crop & Wine Producer Tariff Relief Act)'을 발의했다. 법안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의회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은 캐나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에서 유통망과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와인을 둘러싼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최대 와인 생산지역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중소·가족경영 와이너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폐업 압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황덕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