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자금 끊긴 LIV 골프, 대규모 감원 착수…'LIV 2.0' 생존 승부수

LIV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 골프코스[AP=연합 자료]


LIV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 골프코스[AP=연합 자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 지원 종료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LIV 골프가 직원 감원과 조직 축소에 착수했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내년부터 이른바 'LIV 2.0' 체제로 재편한다는 계획이지만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출범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LIV 골프는 26일 상당수 직원들에게 9월 첫째 주를 끝으로 고용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정확한 감원 인원과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LIV는 지난 4월 PIF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재정 지원을 끝낸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7월에는 대규모 해고 가능성을 알리는 연방 '근로자 조정 및 재훈련 통지법(WARN Act)' 관련 통지서를 제출했다.

LIV는 성명에서 "올해 초 발표된 PIF의 자금지원 약정이 종료된다"며 "LIV 골프의 다음 단계로 전환하고 LIV 2.0을 현실화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투자 계약과 향후 리그 규모에 따라 해고된 직원 가운데 일부가 다시 채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200억달러 넘게 쏟아부은 사우디, 결국 '돈줄' 끊어

LIV 골프는 2022년 출범 이후 막대한 사우디 자금을 앞세워 세계 골프계의 판도를 흔들었다.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해 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들을 끌어들이면서 기존 골프계와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올해 이란 전쟁 이후 사우디가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면서 PIF가 LIV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고, LIV의 사업 모델도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스콧 오닐 LIV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새로운 핵심 투자자와 기본적인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BC파트너스(BC Partners)로 알려졌으며 LIV는 오는 9월 계약을 최종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오닐 CEO는 LIV의 초기 단계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단계에는 완전히 다른 것이 필요하다. 바로 상업적 규율(commercial discipline)"이라며 과거 LIV가 평판상 "다소 과도하게 돈을 쓰는 조직이었다면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비용을 매우 엄격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 대회 줄이고 비용 절감…파산 가능성도 배제 안 해

LIV는 올해 2022년 출범 이후 가장 짧은 시즌을 치렀다. 뉴올리언스 대회와 미시간에서 예정됐던 팀 챔피언십이 사라졌고, 팀 챔피언십은 인디애나 대회에 통합됐다. 시즌도 당초 예상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주 종료됐다.

새로운 LIV 2.0은 더욱 축소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닐 CEO가 제시한 구상은 연간 10개 대회를 개최하되 미국에서 5개, 해외에서 5개를 치르는 방식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오닐 CEO는 리그 재편 과정에서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LIV는 이미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체들로부터 2건의 소송을 당한 상태다.

선수들의 거취도 최대 변수다. 특히 LIV를 대표하는 스타인 욘 람과 브라이슨 디섐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람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디섐보는 올해 초부터 계약 연장을 협상해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PIF의 자금 지원 중단이 결정되기 전이었다.

2024년 람의 팀과 함께 LIV에 합류한 잉글랜드의 타이럴 해튼은 자신의 계약기간이 "여러 해 남아 있다"며 LIV가 2027년에도 계속 운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튼은 "LIV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유치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PGA와 관계 정상화도 'LIV 2.0' 생존 열쇠

LIV 2.0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소속 선수들이 PGA 투어와 DP월드투어 등 다른 대회에도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닐 CEO는 이를 'Complete, Not Compete', 즉 기존 투어와 경쟁하기보다 세계 골프 생태계를 보완하는 리그라는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거액의 계약금으로 스타 선수들을 빼앗겼던 기존 투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PGA 투어는 원칙적으로 LIV 선수에 대해 마지막 LIV 대회 출전 시점부터 최소 1년간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메이저 5승의 브룩스 켑카는 2025년 말 LIV와 계약을 끝낸 뒤 상당한 재정적 페널티를 감수하는 조건으로 PGA 투어 복귀를 허용받았다.

결국 LIV의 생존 여부는 새 투자자와의 계약 성사, 스타 선수 잔류, 기존 투어와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출범 당시 막대한 사우디 자금을 무기로 PGA 투어의 질서에 도전했던 LIV가 이제는 비용 절감과 외부 자본 유치라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게 된 셈이다.이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