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상반기 대미 상품무역흑자 1140억달러…중국·멕시코 제쳐
미국, 베트남산 수입 40% 급증…중국 23.2% vs 베트남 6.5% 관세 격차
애플·나이키 등 생산기지 ‘중국→베트남’ 우회수출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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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베트남은 올해 상반기 중국과 멕시코 등을 제치고 미국을 상대로 가장 큰 상품 무역흑자를 기록한 국가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미국의 무역적자 지형을 뒤집어 놓았다.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올해 상반기 베트남이 중국과 멕시코 등을 제치고 미국을 상대로 가장 큰 상품 무역흑자를 낸 국가로 올라섰다. 베트남 경제 규모가 멕시코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통계상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1140억달러(약 158조원)로 집계됐다. 대만과 멕시코, 중국을 모두 넘어 미국을 상대로 가장 많은 상품 무역흑자를 거둔 국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세계 무역질서를 미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겠다고 나선 지 1년 만에 오히려 베트남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셈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큰 관세 격차가 있다.
펜 와튼 예산모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한 실효 관세율은 23.2%에 달했다.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평균 실효 관세율 7%의 3배가 넘는다. 반면 베트남산 제품의 실효 관세율은 6.5%에 그쳤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더라도 중국에서 생산할 때 훨씬 큰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에 애플과 나이키, 룰루레몬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망을 베트남으로 빠르게 분산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같은 흐름에 합류하면서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가속화했다.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가구업체 TOV 퍼니처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24년만 해도 소파와 침대 등 제품의 60%를 중국에서, 25%를 베트남에서 조달했다.
현재는 정반대가 됐다. 중국 비중이 25%로 줄어든 반면 베트남은 60%까지 높아졌다. 브루스 크린스키 TOV 퍼니처 창업자는 “우리가 생산지를 옮긴 것은 순전히 관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으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상품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베트남산 상품 수입액은 12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불과 6개월 동안의 수입액이 2023년 한 해 전체 베트남산 수입액 114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다만 베트남이 미국의 최대 상품 수입국이 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체 수입 규모에서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만과 중국도 베트남보다 앞선다. 베트남은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에 비해 미국에서 사들이는 상품이 적어 ‘대미 무역흑자’ 기준 1위에 오른 것이다.
베트남의 급부상을 놓고 중국산 제품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을 경유하는 ‘우회 수출’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관세 장벽을 높였지만 생산지나 수출 경로만 바뀌면서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축소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베트남 현지에서는 단순한 중국산 제품의 환적만으로 최근의 수출 증가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마크 길린 주베트남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베트남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60%가 기계와 전자제품, 가전제품이라며 삼성전자와 인텔, 폭스콘 등 베트남에 실제 생산시설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