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홍수 처음” 네팔 덮친 급류…홍수로 한국인 8명 실종·10명 고립

[로이터/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네팔 북중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수백명이 실종된 가운데,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있던 한국인 8명도 연락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교민들은 이번 홍수가 예고 없이 발생한 데다 물살이 워낙 거세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차승원 네팔 한인회장은 “네팔에서 10년가량 살고 있는데 이런 규모의 홍수는 처음입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 회장은 “예전에도 중국 티베트 자치구와의 국경 인근에서 홍수가 종종 나기는 했다”면서도 “이런 규모는 그동안 못 봤다”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이다. 라수와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120㎞ 떨어진 산악 국경지대로, 히말라야산맥을 사이에 두고 중국 티베트 자치구와 맞닿아 있다. 현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카트만두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더라도 반나절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유사한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산악 지역 고온으로 인접한 티베트의 빙하 호수가 넘쳐흘렀고, 이로 인해 9명이 숨졌다.

차 회장은 네팔 내 한인 규모에 대해 “재외 등록 신청을 한 네팔 한인은 총 650명가량”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한인회 회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가 난 라수와 지역에 대해서는 “라수와 지역은 등록된 한인이 없는 지역”이라면서도 “수력 발전소가 있어 파견된 한국인들이 이번에 실종됐다”고 전했다.

네팔 경찰과 관광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전체 사망자는 22명이다. 외국인 291명과 네팔인 93명을 포함해 여행객 384명이 실종된 상태로 집계됐다.

한국 외교부도 라수와 지역 홍수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8명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10명도 현지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트만두에 거주하는 교민 문광진 씨는 현재 실종자 집계가 실제 피해 규모를 모두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씨는 “현재 집계된 실종자 384명은 여행사 등을 통해 등록된 인원”이라면서 “피해 지역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가는 개인 관광객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라수와 일대는 히말라야 트레킹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동한 관광객이 있었다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종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지 지형도 수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보테코시강은 폭이 좁은 구간이 많은 데다 이번 홍수의 급류 속도가 콘크리트 다리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들이 거센 물살에 장거리로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씨는 “이번 홍수 물살이 지금 속도대로라면 오늘 밤 (인도로) 국경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종자도 네팔 안에서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홍수는 네팔 내 집중호우보다 티베트 쪽 빙하 호수나 빙하 댐 붕괴 가능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씨는 “이번 홍수가 네팔에 비가 많이 와서가 아니라 중국 티베트 쪽에서 빙하 댐 같은 것이 갑자기 터져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서 우리도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다”며 “실종자 중에 우리가 아는 분들도 조금 있어서 다들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한인회는 주네팔 한국대사관과 함께 한국인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차 회장은 “한국대사관과 함께 네팔 지역마다 교민들이 안전한지, 연락 안 되는 분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는 뉴스 보도를 보고 파악한 한국인 실종자 8명 외 더 확인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는 빙하 호수 범람이나 돌발 홍수가 갑자기 발생할 수 있어 사전 예측과 대피가 쉽지 않다. 특히 국경 인근 산악 지역은 통신과 도로 여건이 좋지 않아 사고 발생 뒤 구조와 실종자 파악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현지 당국과 외교당국의 신속한 수색·피해 확인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