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제주경찰 ‘사망’ 입력하니 실종 ‘끝’…강력범죄 검거율도 ‘꼴지’였다 [세상&]

‘사망’ 입력하면 실종 사건 종결
이번 사건 계기로 처리 과정 점검
종결 전 상급자 승인 의무화 도입
제주청, 저조한 강력범죄 검거율
“발생 많고, 이탈시 검거 쉽지 않아”


경찰이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이영기·김도윤 기자] 장미란(37) 씨 사건을 계기로 제주경찰청을 비롯한 경찰의 부실한 사건 처리가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관 1명이 경찰 내부망에서 마음대로 실종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허술한 지점도 드러났다. 또 이번 실종자 수색을 비롯해 연일 질타를 받고 있는 제주청의 강력범죄 대응력도 지적되고 있다.

‘사망’으로 입력하면 실종 ‘끝’…승인 의무화 도입


제주에서 실종됐던 60대 남성과 장씨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부실 관리가 질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사건을 맡았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실종자의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내부에 거짓 보고하고, 전산상으로 사건 기록까지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씨의 첫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2시간 30분여만에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를 관리하는 경찰 내부망에 종결 사유를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사건은 종결 사유를 ‘사망’으로 입력할 경우 관리 대상에서 삭제된다. 장씨는 소재가 파악되기도 전 전산상으로 사망자로 처리돼 관리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부 경장이 지난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


실종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종결 사유가 입력됐는데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일선 담당자가 실종사건을 단독으로 종결할 수 있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종결 전 상급자 승인 의무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일선에서는 실종팀 인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확인 절차만 추가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실종팀장은 “실종팀은 보통 5명 이하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팀장도 관리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팀원들과 똑같이 교대근무를 하며 사건을 처리한다”며 “팀장이 사건을 전부 관리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접수되는 실종 신고도 적지 않은데, 모든 사건을 상급자가 들여다보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종팀이 경찰 내부에서 선호도가 낮은 부서로 인식되는 점도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간부를 지낸 전직 경찰 A씨는 “실종팀은 ‘밀려나서 가는 부서’라는 인식 때문에 실력 있는 직원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런 인식 탓에 실종팀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동기부여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허위 종결의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실종사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한 부씨가 단독으로 처리한 실종사건은 289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신고된 지 104일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인근 야자나무 농원 안에서 수색 중 발견된 시신에 대해 부검을 진행한 결과 장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종 담당 제주청의 형사부서, 강력범죄 대응력 전국 최하점


이번 장씨 사건처럼 실종자를 수색하는 업무를 포함하는 경찰 ‘형사’ 부서. 형사과는 실종뿐 아니라 살인·강간·강도·방화 등 악랄한 강력범죄를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장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제주경찰청의 부실한 실종 수사뿐 아니라, 전반적인 강력범죄 대응력 또한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매년 전국 범죄별 발생·검거건수를 집계해 발표한다. 이 집계치에서 제주청의 최근 4년(2021~2024년)간 강력범죄 발생 대비 검거율 순위는 2번이나 전국 ‘꼴찌’였다. 꼴찌를 면하더라도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2021~2024년 전국 18개 시도청 대비 제주청 강력범죄 발생·검거율 비교. [경찰청]


범죄가 발생한 만큼 검거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통상 타 시도청의 경우 전년도 범죄 용의자를 이듬해에 검거해 10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주청은 90%대 초반을 맴돌았다.

지난 2021~2024년 경찰청의 범죄분석통계를 보면 제주청은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하위 또는 최하위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범죄분석통계의 강력범죄는 ▷살인기수·미수 ▷강도 ▷강간·유사강간 ▷강제추행 ▷기타 강간·추행(강간 등 살인·상해) ▷방화 등이다.

2024년 기준 제주청의 강력범죄 발생 대비 검거율은 92%다. 이는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평균인 95.9%를 밑도는 수준으로, 전국 18개 시도청 가운데 18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부실한 강력범죄 대응력은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도 93.9%로 전국 최하위였다. 전국 최하위를 면했더라도, 하위권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수준이었다. 2021년(15위)과 2023년(15위)에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강력범죄의 발생건수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또 제주도 내에서 발생한 사건의 용의자가 제주도를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내륙에서 하는 수사에 비해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