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 기대지수 68.2로 급락…침체 경고선 80 크게 하회
휘발유 갤런당 4달러 웃돌아…생활비·고용 불안도 소비심리 압박
장기금리 잡으려는 트럼프에도 부담 “재무부 국채 바이백 확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며 고유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장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개선됐지만 향후 경기와 고용에 대한 전망은 오히려 크게 악화했다.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잠정치는 89.4로 전월 수정치 90.2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두 달 연속 하락으로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인 90.2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 고용 둔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 기간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 및 노동시장 여건을 반영하는 현재상황지수는 전월보다 6.8포인트 오른 121.2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면 소득과 기업환경, 노동시장 등에 대한 향후 6개월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지수는 5.8포인트 떨어진 68.2까지 내려갔다.
콘퍼런스보드는 기대지수가 80을 밑돌 경우 통상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했다기보다 앞으로 물가와 고용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소비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데이나 피터슨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개선됐지만 향후 6개월간 기업 여건과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더욱 비관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소비심리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문제는 단순히 자동차 연료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운송·물류비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비용 부담이 확산할 수 있고, 이는 한동안 진정됐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해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장기 국채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확대하는 등 국채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고 있다. 장기물 수요를 보강해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발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키울 경우 이 같은 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된다.
결국 한쪽에서는 재무부가 장기 국채시장에 개입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란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밀어 올리는 상반된 힘이 작용하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질 수 있다. 소비심리와 고용 전망 악화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통화 완화 필요성을 높이지만, 고유가가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울 경우 금리 인하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실제로 위축될지도 관건이다.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와 고용에 대한 불안으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할 경우 전쟁발 고유가 충격이 물가를 넘어 미국의 성장세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