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양보해봐, 트럼프”…미 전문가 “김정은, 트럼프 만날 이유 줄었다”

클링너 “김정은, 러·중 덕에 미국 제재 완화 필요성 줄어…트럼프 양보가 변수”
“트럼프, 한일 이해관계 신경 안 쓸 것”…‘도널드 콜레오네’ 빗대 비판
전문가들 “한미일 관계 2023년보다 약화…미 불확실성이 동맹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번째 정상회담에서 대화 중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당시 양 정상은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조기 종료했고, 핵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한미일 3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북한이지만, 동맹 관계에서 가장 큰 ‘도전’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거나 없다”며 “희박한 가능성마저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러시아에서 식량과 연료, 자금, 군사기술 등의 형태로 140억~200억달러를 받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암호화폐 범죄를 통해 연간 10억달러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이 강화되면서 북한이 과거처럼 미국의 제재 완화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양보를 내놓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열어뒀다.

클링너 연구원은 최근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쌍룡훈련’ 취소를 첫 번째 양보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훈련이 취소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의 입장을 가정해 “‘그걸로는 부족해, 도널드. 계속 판돈을 올리고 더 많은 양보를 제시해봐.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만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라는 식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는 북한과 만나고 싶어 할 것이고 일본이나 한국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세 나라에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지만 가장 큰 도전은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대부’의 마피아 수장 돈 콜레오네에 빗대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 콜레오네’라고 부르며 “관세 갈취와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위협, 모욕적인 언어를 봤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당시와 비교해 한미일 3국 협력의 기반이 약해졌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조은아 윌리엄앤매리대 조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상대로 강압적 지렛대와 상대적 이익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동맹의 토대를 이루는 신뢰에 엄청나게 해로웠다”고 평가했다.

테라오카 아유미 브랜디스대 조교수도 “미국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두 동맹국에 정말로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동맹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배우자를 모욕하고 굴복하지 않으면 징벌하겠다고 위협하면 배우자도, 동맹국도 그것을 기억한다”며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기억은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북·중·러의 밀착이 더욱 강화될 경우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 조교수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관계가 보다 공식적인 동맹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한다면 한국 역시 한미일 3자 협력의 확대된 목표에 더 강하게 묶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