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받았는데 지옥”…혁신도시 공실률 최고 44% ‘비명’[부동산360]

1차 이전지 공실률 최고 44%에 ‘마피’붙어
부산·제주 빼면 가족동반 이주율 50%대
전문가 “문화·의료 클러스터 구축해야”


한국동서발전 등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는 울산시 중구 혁신도시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울산 중구청 제공]


혁신도시로 지정됐으면 뭐 합니까?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은 30~40%씩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서 경매로 넘어가요. 여기는 지옥이에요

나주혁신도시가 위치한 빛가람동의 한 공인중개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의 본격적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1차 이전 현장에선 여전히 부동산 거래 급감, 상가 공실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들의 완전한 이주가 동반되지 않은 단순한 일자리 이전은 지방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차 이전 공공기관 대상 검토하는 정부…1차 이전지는 “여전히 지옥”


25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대상을 정하기 위한 기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0년대 초반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공공기관이전특별위원회에서 이전·잔류기준을 마련하고, 수도권 소재 268개 공공기관 중 180~2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전을 검토했다. 이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류·이전 여부 및 이전지역 등을 최종 결정했는데, 현재는 당시 수립한 이전·잔류 기준을 전부 백지화하고 새로운 기준을 원점 재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1차 이전이 완료된 지역에선 지금까지도 ‘균형 발전’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일자리가 옮겨갔다 해도,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상가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지역민이 느끼는 경제 발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광주전남혁신도시가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광주전남혁신도시의 공실률은 36.2%에 달한다. 1분기 36%에서 0.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지난 2024년 3분기 39.2%에 달해 민선 8기 나주시가 ‘공실 낮추기’ 공약을 내걸었지만, 아직 10곳 중 4곳이 빈 곳으로 남아 있다.

광주전남 나주혁신도시가 있는 빛가람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상가를 사들인 이들은 현재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공실률이 높다고 얘기할 정도가 아니라, 여기 나주 혁신도시에서는 삶을 포기한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 그래도 뜸한 부동산 거래가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더 힘들어졌다. 정부는 앞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및 인근 지역에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메가 프로젝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개발 호재에 따른 외부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남평읍, 금천면 등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다른 나주시 공인중개사는 “거래가 안 돼 정말 너무 힘든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둬 거래가 더 어렵게 됐다”며 “간간히 신혼부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전월세가 없어 억지로 매수하는 경우만 있지, 이곳은 아무리 혁신도시라고 해도 투자 수요가 들어오질 않는데 왜 규제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경북김천혁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44%로, 지난 2024년 이후 꾸준히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외 ▷대구 31.9% ▷원주 15.9% ▷충북 23.1% ▷전북 28.2% ▷진주 3.8% 수준이다.

부산·제주도 빼면 기혼자 ‘가족동반이주율’ 절반으로 뚝…전문가 “의료문화 인프라 중요”


해당 지역의 공실률이 높은 이유는 아무리 일자리가 옮겨졌다 해도,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 문화 등 인프라가 부족해 온 가족이 함께 이주하기 어렵고, 또 수요가 없다 보니 또 다시 인프라 형성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국토부가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지방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1인가구이주율은 71.1%에 달한다. 하지만 이주율이 가장 높은 부산(86.4%)과 제주도(82.4%)를 제외하면, 그외 지역의 가족동반·1인가구이주율은 평균 68.2%에 불과하다. 여전히 30%의 직원들이 본가는 서울에 두거나,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연합]


특히 기혼자들 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비율은 더 낮았다. 전체 이전 기관의 기혼자 중 가족동반이주율은 60.6%에 불과했으며, 거리가 먼 부산과 제주도를 제외하면 그 비중은 56.7%로 ‘뚝’ 떨어졌다. 직장 근처 터를 잡은 이들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국가 균형발전을 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방의 인구 및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의료·문화 인프라 등 정주여건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들과 동반 이주했을 때 만족할 만한 인프라가 무엇일지 면밀하게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의료·문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아파트를 지어놔도 살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관 기관이 집적돼 있는 클러스터형 공공기관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전 지역에 ‘규모의 경제’가 일어날 수 있으려면 지방자치단체별 ‘나눠먹기식’ 이전이 진행돼선 안 되고, 클러스터형 혁신도시 조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