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결정 땐 난개발 우려”

당정, 도정법 개정·인허가 권한 이양 추진
서울시 병목 풀어 주택 공급 ‘속도전’ 염두
“정비구역 난립…서울 25개로 쪼개질 수도”
국토부·서울시, ‘용산공원’ 26일 2차 회동



‘주택공급 속도전’을 위해 당정에서 500세대 이하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인허가 권한을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인허가가 서울시에 집중된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심의 불확실성과 난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며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소규모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이양에 필요한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검토에 나선다. 당정의 결정에 발맞추되 권한이양을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의 정비사업 절차는 크게는 총 9단계로 이중 사업인가 전 이뤄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정고시(처리기간약 84일) ▷통합심의(처리기간 약 32일) 단계는 서울시가 인허가를 갖는다. 이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그 외 정비계획수립,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해체 심의 및 인가, 착공신고, 준공인가 등 7개 절차는 자치구에 인허가 권한이 있다.

당정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등에 대한 자치구 권한이 확대되면 행정절차가 간소화돼 주택공급의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사업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의 인력 문제를 비롯해 난개발, 심의 불확실성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5개 자치구가 자체적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진행할 경우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 통합심의에 약 30명의 위원들이 참여하는데 25개구가 각자 진행을 하면 750명의 가량이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자치구별로 이 업무를 소화할 인력이 당장 준비된 것도 아니고 자치구별 정비사업 추진 구역의 수나 심의 주기도 제각각인데 오히려 심의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청장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정비구역만 무분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에서부터 준공인가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재개발의 경우 구역 지정 이후에는 건물 신축 등 일정 행위가 제한돼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오히려 비아파트 등을 공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사업지가 적은 자치구는 특정 사업장 주민들의 민원이 구청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표심행정’이 일어날 수 있고 서울시가 맡아오던 조정과 견제의 기능이 약해지면 구역만 난립하는 25개의 서울로 쪼개지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 차원에서 구상하는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권한이양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상태다.

24일 서울시는 권한이양에 대한 반대입장문을 내고 “정비사업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적률과 높이 등 도시계획적 지원과 함께 상하수도, 도로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구역지정 권한이 자치구에 이양되면 시 차원의 도시 관리 정책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곳곳에서 분산된 소규모 정비사업이 제각각 움직이면 대규모 사업 대비 효과와 사업성이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는 물론 임대주택과 같은 공공기여를 끌어낼 여력도 제한적이라 결과적으로 난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권한 이양 논의가 국토부와 서울시 간 주택공급 이견을 좁힐 협상카드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용산공원 활용 주택공급, 태릉CC, 그린벨트 해제 등 정부의 구상에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보여 온 만큼 인허가 권한 조정안이 오세훈 시장을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한편 오 시장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오는 2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용산공원 주택공급에 대한 2차 회동에 나선다. 지난 20일 첫 회동에서 입장이 평행선을 보인 만큼, 이번에는 주택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될 지 관심이 모인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