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단협 ‘다시 원점으로’…성과급 현금 비중 조정 관건

노사 잠정합의안 백지화…재협상 국면
성과급 갈등 해소 총력 기울인 사측 난감
주식 매도시 손실 보전도 약속했으나 반대
대량 현금유출 부담…자사주 지급비율 쟁점
최종 합의까지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성과급’ 지급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두 달에 걸친 교섭을 통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던 노사는 조합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됐다.

2023년과 2024년에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추가 협상을 진행했던 노사는 다시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합의와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팽팽한 만큼 최종 합의까지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주식 매도 시 손실까지 현금으로 보전하기로 하며 갈등 해소에 총력을 기울였던 회사로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로 최종 확정되는 의사 결정 구조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협상의 대표성을 가진 노사가 오랜 시간을 들여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 투표로 뒤집어져 비용 손실과 부대적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50.08%(7535명)에 달하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함께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의 벽을 간발의 차로 넘지 못하면서 노사는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조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기존 노사 약속이 1년 만에 깨진 것을 두고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점이 이번 부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고, 향후 10년간 80%는 당해 현금 지급,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방식을 1년 만에 일부 자사주 지급으로 바꾸기로 하고 일정 기간 매도도 제한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현금과 달리 자사주는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쥐게 되는 가치도 달라진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주주총회도 ‘변수’가 됐다. 전액 현금 지급에서 과반 이상 주식 지급으로 체계가 바뀌면서 개정 상법에 따라 주총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주총에서 성과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관련 안건이 부결될 경우 주식 성과급 지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다만 노조는 “주총 부결시 성과급을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측은 “최대한 통과를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노사 재협상에서는 자사주 지급 비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성과급 지급에 따른 대규모 현금 유출 충격을 줄이려면 자사주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차 합의안에서 자사주 지급 비율을 60%로 제시했던 사측으로선 이미 상당 부분 양보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현금 비율을 당초 제시한 40%보다 더 높일 경우 현금 유출부담은 1차 합의안 때보다 더 커진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직면한 인공지능(AI) 메모리 공급난 해소를 위해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생산거점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인 재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60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충북 청주에는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약 100조원,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약 400조원의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조합원 찬반 의견이 49.92% 대 50.08%로 갈리면서 노조 내부 의견도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이 양분된 만큼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내부 의견 수렴 및 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