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가상화폐·금·기술·항공·해운 거래하면 제재
트럼프, 각국 정상에 전화 걸어 동참 압박
“이란 자금 세탁 시 달러 시스템서 배제”
中 금융기관 빠졌지만 “누구도 美 제재서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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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재무부에서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압박 작전인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 개시를 알렸다. [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이란과 특정 물품을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도 2차 제재를 가하는 등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최대 수위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우리는 이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개시한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란과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과 관련한 거래를 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차 제재는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해서 관세 등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 거래 제재는 이란이 최근 제재를 피하기 위해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내놓은 조치다. 재무부는 “이란은 제재 회피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점점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및 정권 내부 관계자들과 연계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의 기술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란이 첨단 기술에 접근해 자국 제조 무기 프로그램에 통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에 대해서는 “공식 금융 부문이 붕괴함에 따라 이란 정권은 만연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리알화 가치를 안정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은 “이란이 전투원 수송, 무기 및 민감한 기술 운송, 대리세력에 금·현금 이동을 위해 항공이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제재 품목이 됐다. 해운은 “민감한 무기 부품과 미사일 전구체를 정기적으로 수송하고 있으며, 정권과 군을 위해 불법적으로 석유를 운반하고 있다”는 점이 제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이날 이란 정권이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며, 석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전 세계 60여개 단체와 개인, 선박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에 탄도 미사일 개발 및 핵 연구를 위한 확산 민감 기술·장비 조달을 지원하는 이란 국방·군수부(MODAFL)의 종속 기관들이 포함된다.
또, 이란 정보안보부(MOIS)가 지휘하는 악의적 사이버 그룹도 제재 대상이 됐다.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 및 기타 지역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고, 수익금을 IRCG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 등에 유입시키는 중개인, 기업, 그림자 선박 네트워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해 온 모든 거점, 모든 중개자, 모든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오늘부터 올가미를 더욱 조여 이란 IRGC와 사악한 이란 정권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든 잠재적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누출 제로’(zero leakage) 접근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더욱 철저히 옥죄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국제 사회의 동참도 호소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정권과의 교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모든 국가에는 우리가 지정한 활동을 중단해야 할 기한이 주어졌다”면서 “그들이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재무부의 권한을 통해 일방적으로 조처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란과 교류를 끊지 않는 국가에 2차 제재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조장하는 어떤 기관이든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미국은 앞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전례 없는 경제 제재로 이란을 압박하겠다며 이날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제재의 영향을 받는 대상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은 이란 석유의 최대 수출국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미국의 제재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거래를 용이하게 하고 이란산 석유를 돈과 탄압의 수단으로 전환하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용한 외교를 통해 각국과 소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국가와 대화를 통해 우리의 기대치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이 이를 중단해야 할 시한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 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든 이에게 잘못된 행동(이란과의 교류)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정 기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지만, 그 과정은 매우 빨리 진행될 것이며 우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적 왕따 작전’은 발표와 동시에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 장관은 앞으로 더 많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이번 제재가 이란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 치명적인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 대규모의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짚었다. CNN의 지적처럼,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란과 활발하게 교역하는 중국의 은행 및 금융기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