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찾은 오세훈 “주택공급 찬성하면 역사의 죄인돼” [부동산360]

용산공원 걸으며 오염토·교통·기반시설 문제 설명
“반환·정화·인허가 7~10년…신속공급 대안 아냐”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걸으며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과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약 15분 분량의 ‘일타시장-용산공원 편’을 공개했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는 24일 오 시장이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걸으며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과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약 15분 분량의 ‘일타시장-용산공원 편’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보존 필요성과 이른바 ‘훼손부지’ 활용 주장, 미군기지 반환과 오염토 정화, 교통·기반시설 문제, 주택공급 대안 등을 다뤘다.

오 시장은 약 300만㎡(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예정지가 120여년간 청나라군과 일본군, 미군이 주둔했던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 도심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녹지가 부족한 만큼 용산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와 같은 상징적 녹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군인아파트와 장교숙소, 방위사업청 부지 등 기존 시설이 있는 곳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해당 부지는 기존 건물과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녹지로 복원하기로 한 곳인 만큼 현재 시설물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훼손부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이들 부지가 모두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상 본체부지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본체부지 일부를 주택용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구역까지 개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원 조성이 도시의 기후 대응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그늘이 많고 잔디와 나무가 많은 동네는 평균기온이 2~3℃ 이상 차이가 난다”며 녹지 확보가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에 필요한 기간도 문제로 꼽았다. 오 시장은 현재 임시 개방 중인 용산어린이정원이 오염토 위에 복토한 뒤 잔디를 조성한 공간이라며, 실제 주택을 짓고 장기간 거주하려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토양을 근본적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군기지 반환 이후 오염토 정화와 구역 지정, 도시계획, 인허가 등을 거쳐 착공하기까지 7~8년에서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당장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신속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교통과 기반시설 부담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1만~2만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설 경우 한강대로와 녹사평로, 서빙고로, 이태원로 등의 교통량이 급증할 수 있고 상하수도와 전기·가스 등 기반시설도 새로 확충해야 한다며 “정밀한 계획 없이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 부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대신 용산공원을 제외한 세 가지 주택공급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지원하고, 기존 주택 멸실분을 제외한 순증 물량 8만7000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물재생센터 등 도시기반시설을 이전한 뒤 확보되는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부 부지는 1만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등을 용산공원의 대체 공급지로 제안한 바 있다. 용산공원은 주택 공급을 추진하더라도 오염토 정화와 정비구역 지정, 각종 인허가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대체 부지를 활용한 공급 역시 실제 공급 시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취지다.

청년주택 공급 확대와 금융지원 강화도 대안으로 내놨다. 서울시는 지난 4년간 청년안심주택 약 3만가구를 공급했고 임기 중 1만7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기숙사형·공유주택·원룸형까지 포함하면 총 7만6000가구 규모의 청년주택 공급을 추진한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반대가 정치적 판단이라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민선 4기 취임 직후인 2006년부터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민의 여론을 보면 3분의 2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이중 절반 가까운 46.7%는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적어도 용산공원만큼은 온전하게, 원래 예정대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여론으로 서울시의 입장을 지지해 주신다면 용산공원을 지켜내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