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 50% 관세 때렸는데 미국기업이 비명”

200억달러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
자동차·농업·임업 등 북미 공급망 촘촘
“미국물가·일자리 타격”...정치권·재계도 반발
캐나다도 보복관세…미국 수출기업까지 이중고
Fed, 장기 무역갈등에 인플레 고착 우려
화물 운송트럭들이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미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앰배서더 다리를 건너고 있다.[AP=연합]

화물 운송트럭들이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미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앰배서더 다리를 건너고 있다.[AP=연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50% 관세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청구서를 안길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와 농업, 임업 등 양국의 주요 산업이 하나의 공급망처럼 얽혀 있어 캐나다산 제품에 붙는 관세가 미국 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캐나다의 보복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 수출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캐나다 관세를 두고 미국 정치권과 재계에서도 미국인들이 더 큰 경제적 고통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캐나다와 교역이 활발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와 농업, 임업 등의 비용 상승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2일부터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 가운데 약 5%에 해당한다. 하키 스틱과 가구, 식품, 산업용 제품 등 광범위한 품목이 대상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목재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관세가 발효됐다.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의 산업 구조가 일반적인 수출국과 수입국 관계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양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약 9000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의 경우 캐나다 온타리오와 미국 미시간을 중심으로 부품과 중간재가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간 뒤 완성차가 생산되는 북미 통합 공급망이 구축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무역갈등이 연간 9000억달러 규모의 양국 교역 관계뿐 아니라 북미 자유무역 체제의 향방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윈저와 미국 디트로이트는 사실상 하나의 생산기지처럼 움직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윈저 지역 수출의 약 90%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며 자동차 부품 등 일부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국경을 여러 차례 넘는다. 캐나다산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비용이 캐나다 기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의 생산원가로 옮겨갈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FT에 따르면 캐나다와 교역 규모가 큰 메인·미시간 등 지역 정치인들은 관세가 자국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업과 임업 등 캐나다산 원재료나 캐나다 시장에 의존하는 산업에서는 비용 상승과 일자리 감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와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양국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이 비용 증가와 공급망 차질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캐나다의 보복까지 시작되면 미국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음달 8일부터 미국의 관세 부과액과 같은 규모로 보복하는 이른바 ‘달러 대 달러’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미국산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 기업으로서는 캐나다산 제품을 들여올 때는 높은 관세를 내고, 캐나다 시장에 제품을 팔 때는 보복관세를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관세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변수다. FT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도 장기간의 무역분쟁이 물가 상승 압력을 지속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산 원재료와 중간재에 붙은 관세가 미국 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기업이 이를 판매가격에 전가할 경우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고금리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세발 물가 압력이 더해지면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것과 달리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이 오히려 기업 투자와 고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미국 노동자와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와의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목재 등 캐나다가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 관세를 낮출 의사가 있었지만 캐나다가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통합 공급망 때문에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의 비용을 어느 한쪽만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캐나다의 맞불관세까지 시행되면 이번 무역전쟁의 비용이 국경을 양방향으로 오가면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되돌아오는 ‘관세 부메랑’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