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던스 대폭 축소가 시장 불신 가중으로
경제학자 60% “연준 신뢰 우려, 금리 영향”
캐나다 관세전쟁·대이란 제재, 인플레 우려 더해
워시, 27일 첫 잭슨홀 ‘투자자 달래기’ 촉각
![]() |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시장과의 불통이 장기채 금리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워시 의장이 지난 6월 취임 이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갖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P] |
![]()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27일(현지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선다. 역대 연준 의장들의 통화정책 구상 설명회였던 잭슨홀 미팅에 워시가 연준 의장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미 경제 위기론’의 원인 중 하나가 ‘워시의 불통(不通)’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는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서고, 장기 국채 수익률은 19년만의 최고치를 찍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바이백(국채 재매입) 2배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장기 국채 금리 상승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시장은 갑작스런 재무부의 개입이 오히려 ‘달러 약세’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달러 인덱스는 3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달러의 대체자산인 금값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보란듯이’ 동반 강세를 달리고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바베라는 재무부의 채권 시장 개입이 “달러를 불안정해(iffy)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워시 의장이 느낄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워시의 연준’이 시장과 소통을 등한시해, 연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은 취임 초기부터 기존 제롬 파월 전 의장 시절의 ‘친절한 소통’에서 벗어나 ‘절제된 소통(Disciplined Communication)’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 예고했다. 워시는 “미래를 미리 예측해서 던져놓으면, 연준 스스로 그 예측에 갇혀버리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축소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취임 후 첫 주재한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성명서에서 삭제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될 수 있는 내용도 모두 삭제해, 성명서 내용이 기존의 절반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점도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6월 회의에서 워시 자신은 점도표에 전망치를 내지 않았고, 연말까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점도표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정례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정말 중요한 뉴스가 있을 때만 해야 한다”며 횟수를 줄일 것을 시사한 바 있다. FOMC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도 “위원들이 나중에 틀릴 것을 두려워해 솔직한 토론을 꺼리게 된다”며 투명성을 다소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워시의 불통이 오히려 부메랑처럼 연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연준과 시장의 소통을 축소한 것이 미 금리 전망과 금리 결정권자들의 가이던스를 대폭 줄이고,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키워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워시 취임 이후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장기채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장기금리 상승이 국채 신뢰 약화로 이어져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난 5월 워시가 상원에서 인준받았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노트르담 대학교 경제학과의 크리스티안 바우마이스터 석좌교수는 “불안한 점은 현재 상황과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명확하고 개방적인 평가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워시의 태도”라며 “이는 안정을 위협하고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필요한 추측을 낳는다”고 말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워시 의장이 미래의 결정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킬 수 있지만, 현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젠그렌 전 총재는 “소통 전략이 연준의 신뢰도 상실을 몰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2일부터 2위 교역국인 캐나다와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했고, 24일에는 이란을 상대로 한 고강도 경제 제재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가중할 전환점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연준은 여기에 목표를 훌쩍 웃도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통화 정책을 펼치는 데에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연준의 불통 행보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워시 의장은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이 구상하는 연준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은 역대 연준 의장들의 경제 철학과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글로벌 금융 시장에 공식 선언하는 무대가 됐다. FT는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두고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며 워시 의장에게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