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온도 담는 보온병 ‘헬륨 냉동기’
중성자 차단하는 1.5m 콘크리트벽
극저온·극고온 60㎝ 사이 공존 기술
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어내려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가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자석과 극저온 냉각기술이 필수다.
‘태양보다 뜨거운 플라즈마’와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전도자석을 한 장치 안에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것이 KSTAR에 집약된 핵융합 기술의 핵심이다.
▶서울~부산 27번 왕복…초전도 선재 1만2000㎞=KSTAR 초전도자석 제작에 사용된 지름 0.78㎜ 초전도 선재의 전체 길이는 약 1만2000㎞에 달한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지름에 육박하고, 서울과 부산을 약 27차례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더 놀라운 것은 초전도 선재 내부다. 0.78㎜ 굵기의 선재 한 가닥 안에는 3000가닥 이상의 초전도 필라멘트가 들어 있다. 각각의 직경은 수 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50분의 1에 불과하다.
KSTAR에 들어간 초전도 필라멘트를 모두 한 줄로 이으면 약 3600만㎞에 달한다. 지구 둘레를 약 1000번 감거나 지구와 달 사이를 약 50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국내 최대 ‘초대형 보온병’…극저온 지키는 저온용기=KSTAR 주장치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저온용기는 거대한 ‘보온병’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핵심 부품인 초전도자석을 영하 268도 안팎의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외부 열 유입을 막는 진공단열 환경을 제공한다.
이 같은 극저온·진공 기술은 핵융합을 넘어 우주 분야로도 확장됐다. 우주환경을 지상에서 재현해 인공위성의 성능을 시험하는 대형 열진공 챔버 개발에도 관련 기술이 활용됐다.
초전도자석을 극저온으로 유지하는 핵심 설비가 헬륨냉동기다. KSTAR에는 9㎾급 헬륨냉동기가 구축돼 있으며 순수 액체헬륨을 시간당 약 3000ℓ 생산할 수 있다.
일본 핵융합과학연구소(NIFS)의 대형헬리컬장치에 구축된 설비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 수준의 헬륨냉동설비로 꼽힌다.
KSTAR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필요한 냉각수도 엄청나다. 하루 약 3만193톤에 달한다. 길이 50m, 폭 21m, 깊이 1.8m, 8레인 규모의 국제공인 수영장 약 1개 반을 채울 수 있는 물이 KSTAR 냉각을 위해 순환하는 셈이다.
▶아파트 1000세대 지을 시멘트…500톤짜리 차폐문=KSTAR를 둘러싼 건물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핵융합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차폐하기 위해 주장치실 벽은 약 1.5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KSTAR 특수실험동 건설에 투입된 콘크리트 규모는 5만1263㎥에 달한다. 아파트 약 1000세대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KSTAR가 설치된 주장치실 면적은 축구장의 약 4분의 1 크기이며 높이는 아파트 11층 수준이다. 주장치실을 막는 차폐문은 가로 11.4m, 세로 11.7m에 두께 1.5m의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무게만 약 500톤에 달한다.
▶수십㎝ 사이 극저온·초고온 공존=KSTAR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이유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 자기장으로 가둬 핵융합 반응 조건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이 초고온 플라즈마를 붙잡는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대로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KSTAR 초전도자석은 영하 268도 안팎에서 운전된다.
결국 KSTAR 내부에서는 극저온의 초전도자석과 수억도에 달하는 플라즈마가 불과 약 60㎝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셈이다. 플라즈마와 직접 맞닿는 대향장치 표면 역시 최대 1200도까지 올라간다. 구본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