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 “이란에 ‘경제 D-데이’ 닥친다”…“협조국도 국제 왕따” 경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 “적대국 상대 사상 최대 금융공세”
석유 구매·금융거래까지 ‘공모’ 규정…“경제적 생명선 모두 차단”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으로 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이란을 국제 금융·상업망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초강력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뜻하는 ‘D-데이’에 빗대며 이란과 거래를 이어가는 국가까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란에 경제적 D-데이가 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이 준비하는 경제 공세를 “적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동원된 최대 규모의 단일 금융 공격”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목표는 이란 정권으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산 석유를 구매하거나 운송하는 행위뿐 아니라 이란과 금융·상업 거래를 유지하고 이란 항공기의 입항을 허용하는 행위, 해상에서 이란산 유류의 환적을 묵인하거나 관련 불법 금융거래를 방치하는 것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공모’로 규정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를 통해 사실상 양자택일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정권을 달래는 것이 더 안전한 길이라고 계산하는 국가들은 이런 일을 지속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란과 금융·상업적 연결을 유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모든 통로가 막힐 것”이라며 “테러의 피난처가 되는 것은 미국의 눈에 ‘글로벌 왕따(global pariah)’가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파스칼의 내기’까지 끌어왔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재에 빗댄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불확실성이 개인이나 국가를 심판에서 면제해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확실성 때문에 위험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해야 하고,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권에 계속 자금을 대는 국가들은 이제 미국의 인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실제로 집행할 것인지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도 내놨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은 그동안 이란의 보복은 확실하지만 미국의 제재 집행은 협상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버텨왔다”며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테헤란에 맞서는 위험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워싱턴을 시험하는 비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표는 이란 정권의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이라며 이란이 완전히 고립될 때까지 금융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