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하리수 “성전환 수술한 지 30년”…트랜스젠더 건강관리에서 놓치기 쉬운 것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트랜스젠더 방송인 하리수가 성별확정수술 이후 겪은 건강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호르몬 치료와 장기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별확정수술 이후에는 개인의 수술 범위와 호르몬 상태에 따라 뼈 건강, 심혈관·대사 건강, 간 기능 등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유튜브 채널 ‘TG걸스’에는 트랜스젠더 연예인 1세대인 하리수가 출연해 건강 관리와 성별확정수술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51세인 하리수는 건강 유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운동은 솔직히 안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성전환 수술을 일찍 했다. 1995년도에 했다. 지금 딱 성전환 수술한 지 30년이 됐다”고 말했다.

하리수는 성별확정수술 이후 여성 호르몬을 꾸준히 맞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다. 그는 “사실 그때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성 호르몬을 꾸준하게 맞으면 간이 안 좋을 수가 있다고 들어서 안 맞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건강 문제가 나타났다고 했다. 하리수는 “제가 딱 6년 전에 골다공증 초기 증상 진단을 받았다”며 “80세 할머니보다 내 뼈가 더 안 좋은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지금 다시 여성 호르몬을 맞기도 솔직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성별확정수술 이후 건강관리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성호르몬 균형이다. 특히 고환이나 난소 등 성호르몬을 만드는 성선이 제거된 경우, 이후 장기간 성호르몬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골밀도 저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성선 제거 후 성호르몬 치료를 중단한 사람처럼 골다공증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골밀도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골밀도는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성호르몬은 뼈가 지나치게 빠르게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고,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폐경 이후 여성에게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에스트로겐 감소와 관련이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 역시 수술이나 약물, 호르몬 치료 중단 등으로 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뼈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트랜스젠더 케어 가이드라인도 성선 제거 후 호르몬 보충을 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골다공증 위험 요인으로 제시한다. 또 성선이 없고 호르몬 보충을 하지 않는 사람은 성별 지정과 관계없이 성호르몬 결핍 상태에 맞춘 골다공증 예방·검진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성별확정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중단했거나 장기간 받지 않았다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키가 줄었거나 허리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긴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과음·저체중·비타민D 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더 신경 써야 한다.

하리수가 언급한 ‘호르몬을 맞으면 간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의료진과 상담해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고용량 에스트로겐이나 일부 약제 사용으로 간 기능 이상, 혈전, 심혈관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제형과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UCSF는 현대적인 에스트로겐 치료 접근법에서는 간 손상 위험이 과거에 우려하던 방식과 다르며, 약제 선택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모든 호르몬 치료가 누구에게나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에스트로겐 치료는 나이, 흡연 여부, 혈전 병력, 고혈압, 당뇨병, 간 질환, 심혈관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경구제, 패치, 젤, 주사제 등 제형에 따라서도 몸에 미치는 영향과 관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수술을 받았거나 오랫동안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이 다시 치료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내분비내과나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경험 있는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성별확정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첫해에는 호르몬 수치와 신체 변화, 이상반응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할 것을 권고한다. 대사 이상, 골밀도 변화, 암 검진 등도 개인의 수술 여부와 위험 요인에 따라 함께 관리해야 한다.

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호르몬 치료 여부와 별개로 생활습관 관리도 필요하다. 근력운동과 걷기·계단 오르기 같은 체중부하 운동은 뼈와 근육을 자극해 골밀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칼슘과 비타민D 섭취, 단백질 보충, 금연, 절주도 중요하다. 이미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확인됐다면 골절 위험도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라면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하기보다 가벼운 걷기와 저항밴드 운동, 하체 근력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는 넘어짐 예방이 특히 중요하므로 균형 운동과 하체 근력 강화가 도움이 된다. 단, 척추 골다공증이 있거나 압박골절 위험이 높은 사람은 허리를 강하게 구부리거나 비트는 운동을 피하고 의료진 또는 운동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간 건강도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뿐 아니라 중년 이후에는 지방간, 음주, 약물 복용, 대사증후군 등으로 간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호르몬 치료를 한다면 치료 전후 간 기능, 혈중 지질, 혈당, 혈압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제형이나 용량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하리수는 방송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금 제가 젠더 세계에서 빠져나와서 살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정보도 없는 거다. 호르몬을 어디서 맞아야 하고 그런 정보가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 건강관리가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 한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적 관리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WPATH(세계트랜스젠더보건전문가협회)의 성소수자 건강관리 표준 역시 트랜스젠더와 젠더다양성 당사자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예방의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성별확정수술을 받은 지 오래됐거나 호르몬 치료를 중단한 상태라면, 현재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골밀도와 간 기능, 혈압, 혈당, 지질 수치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정보나 주변 경험만으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수술 범위와 나이, 건강 상태, 골밀도 결과에 따라 필요한 관리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경험 있는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장기 건강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