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강력제재 24일 발표”…이란 “미국 제재 동참, 적 간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오는 24일 이란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24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는 24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한국시간 25일 오전 3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대(對)이란 경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21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함께하거나 우리에 맞서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고강도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 기관 등에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에 수십 년간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과 관련된 개인·선박·항공기 1000건 이상을 제재했고,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해상·에너지·금융 제재를 추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이란에 대해 해상 봉쇄도 지속하고 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23일(현지시간) 이란 해상 통제를 위해 70척의 선박을 재배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는 석유 등 해상 무역을 가로막아 이란 경제를 고사하게 한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전례없는 수준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경제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수(手)를 냈다. 여기에 국제 사회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의 경제 제재를 버텨온 이란을 굴복시키려면 국제 사회와의 공조가 필수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대서양위원회의 조시 립스키 부소장도 블룸버그에 국제적 공조 없이 이미 40년 넘게 제재를 받아온 이란 경제를 지금보다 더 압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풍자 만화.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한 강력한 경제 제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았다. [갈리바프 엑스]


경제 전면전이 예고되자, 이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AFP 통신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란 국영방송에서 “우리는 모든 나라에 선언한다.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라며 “경제 제재 부과에 참여하는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의 종전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이 결국 부메랑처럼 미국에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만평과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 불허, 계좌 동결, 미국 내 자산 동결, 개인에 대한 제재 등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특정 국가를 적국으로 간주한다면 해당 국가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불가능해지고, 주변국이라면 무력을 동원해 공격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어떤 수로 국제 사회를 압박해 동참으로 끌어낼지가 경제 전면전의 동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