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택난 뜻밖의 이유

'고령화·1인가구'...노인들은 안 떠나고 젊은층은 못 산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택가[heraldk.com자료]

캘리포니아의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가 가뜩이나 심각한 주택난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가 독립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도 고령층이 오랫동안 살던 단독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주택 공급의 실질적인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최근 LA타임스가 분석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북가주 마린카운티다. 이곳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60세 이상이며 2040년에는 그 비율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4~5명이 살던 주택에 현재 한 명만 거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공정책연구소(PPIC) 분석에 따르면 주내 가구당 평균 인원은 2019년 2.89명에서 2024년 2.77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에서는 65만채 이상의 주택이 새로 공급됐지만 주택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은 배경 중 하나로 이 같은 '가구원 감소'가 지목됐다.

문제는 고령층이 집을 줄여 이사하고 싶어도 선택할 만한 소형·저가 주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장에는 대형 단독주택이나 4~5층 규모 임대 아파트가 주로 공급되고 있어 그 중간 형태인 이른바 '미싱 미들(missing middle)' 주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장기 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캘리포니아의 '프로포지션 13'도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 매물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PPI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 과반이 주택 소유자가 되는 연령은 2009년 36세에서 현재 47세로 높아졌다. 미국 전체에서는 과반이 36세까지 주택을 보유한다.

고령층만의 문제도 아니다. 젊은층과 중년층 역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자녀를 적게 낳으면서 가구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이면 60세 이상 주민이 약 1,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가운데 약 20%는 혼자 거주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다운사이징만으로 주택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소형 주택부터 젊은 가정을 위한 저렴한 주택까지 다양한 유형의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가 늘지 않더라도 가구당 인원이 감소하면 같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