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태운 유모차가 ‘운동기구’ 됐다…달렸더니 부상 위험 55%↓

보폭 짧아지고 힘은 손·팔로 분산…관절 부담 줄여
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관람객들이 유모차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달리면 몸에 더 큰 부담이 갈 것 같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유모차를 밀고 달린 부모가 그냥 달린 부모보다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버크스캠퍼스 연구진은 유모차를 밀며 달린 부모가 유모차 없이 달린 부모보다 ‘과사용 부상(overuse injury)’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과사용 부상은 넘어지거나 부딪쳐 생기는 부상이 아니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근육이나 관절, 힘줄 등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쌓여 발생하는 부상을 뜻한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흔한 무릎이나 발목, 정강이 통증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이 참가자들이 스스로 보고한 달리기 거리와 부상 경험을 분석한 결과, 1000마일(약 1609㎞)을 달리는 동안 유모차를 밀며 달린 부모의 과사용 부상 발생률은 유모차 없이 달린 부모보다 55% 낮았다.

연구 참가자들은 부모가 되기 전부터 일주일에 최소 5마일(약 8㎞) 이상 달리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녀가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일 때도 달리기를 이어갔다.

가족과 함께 쉬엄쉬엄 런에 참여한 가족. 손인규 기자


연구진은 유모차를 밀고 달릴 때 자연스럽게 달리기 자세와 속도가 달라지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유모차를 밀면서 달리는 사람은 평소보다 보폭이 짧아지고 달리는 속도도 느려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달리는 동안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모차 손잡이를 잡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달릴 때 발생하는 힘이 온전히 하체에 집중되지 않고 손과 팔 등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앨리슨 알트먼-싱글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버크스캠퍼스 운동학·기계공학 부교수는 “유모차를 밀면서 달리면 힘의 일부가 다리뿐 아니라 손을 통해서도 전달된다”며 “이에 따라 체중이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유모차를 밀고 달리는 행위 자체가 부상을 예방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구가 참가자들이 직접 보고한 달리기 거리와 부상 경험을 토대로 진행된 만큼 운동 강도나 속도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유모차를 밀고 달리면서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운 사례도 나왔다.

WP에 따르면 지난 8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한 아버지는 유모차를 밀고 1마일(약 1.61㎞)을 4분17.7초에 주파해 이 부문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22.5㎞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달리는 것이 운동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적어도 부상 위험 측면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