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정세…북미대화 기류속 ‘한국패싱’ 막아야

美 군사연습 축소·北 대남비판 강화
“단거리미사일 위협논의 후순위 안돼”
“대미·쿠팡·호르무즈 문제부터 풀어야”
“정부, 대화 의제설정에 적극 개입 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적극적인 ‘러브콜’로 북미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한국 정부 역시 “북핵위협을 다룰 동력은 북미대화뿐”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한미 군사연습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남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 사이에서 한국의 역할이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23일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동맹에는 패싱당하고, 북한에는 조롱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 지시로 반토막 났다. 동맹의 결정에서 우리 정부는 배제돼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북미대화에 있어 미국의 북핵 용인 및 한국 배제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통일부는 대화를 재개해 핵을 중단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오늘 이 순간에도 북핵 능력은 증강 중이고 남북관계는 막혀 있는 현실에서, 이것(북핵 문제)을 움직일 동력은 북미대화 재개 외에 뭐가 있느냐”며 한국 배제 및 한국 패싱 주장은 북핵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하고 한국을 배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하는 만큼, 북미대화에서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촘촘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본토나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며 “그러나 한국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므로 향후 한미간 위협인식에 차이가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으로서는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존중하면서도, 한국을 직접 겨냥하는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향후 협상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한미 간 위협 인식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으로서는 훈련의 확대·축소 자체보다 한미 간 충분한 협의와 정책 공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한미동맹이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도 일관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도 이같은 한미동맹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킷 판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 비영리단체 핵과학자회(BAS)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려면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따른 한국과의 정치적 여파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김정은과의 관여를 추진하고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거리를 둔다고 판단해 한국에 벌을 주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으로 한국과의 불필요한 위기가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한미 동맹 간 조율된 접근에 걸림돌이 생겼다”면서 “김정은과 생산적인 관여를 하려면 한미가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이 초래한 정치적 여파가 즉각 수습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한미 관계를 재정상화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대미 투자, 쿠팡 문제, 호르무즈 해협 기여 등 이번 사태와 얽힌 문제부터 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미대화 성사 분위기에도 남북간에는 소통이 안되고 있다. 미국에 적극적으로 얘기해 한반도 평화 문제나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 대화의제 설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