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이란 수입 30% 담당하다 금융·경제 거래 중단
美, 2024년 ‘그림자 금융’ 90억달러 포착
中 대형은행까지 제재 땐 미중 금융갈등 확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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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1일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이 보이는 가운데 사람들이 해변에 모여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선언했지만 이란 경제의 숨통을 실제로 끊기 위해서는 세 개의 거대한 우회로를 동시에 막아야 한다. 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중국, 상품과 외화를 공급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재를 피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그림자 금융’이다. 미국이 수십 년간 제재를 이어왔음에도 이란이 버틸 수 있었던 핵심 통로들인 만큼 이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느냐가 이번 경제 고립 작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N 등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돈줄은 원유다. 중국은 사실상 이란산 원유의 최종 구매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며,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Kpler)는 중국이 지난해 하루 평균 138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독자적인 거래망도 구축했다. 이란산 원유를 주로 처리하면서 미국과의 거래가 많지 않은 독립계 정유사들이 핵심이다. 이란산 원유의 원산지를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바꿔 거래하고, 대금은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면서 추적하기 어려운 중개업체들을 거치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미 이 거래망을 겨냥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중국 독립계 정유사를 제재하고,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에도 2차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제재의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 수 있느냐다. 이란의 원유대금 결제망을 본격적으로 흔들려면 독립계 정유사를 넘어 중국 대형 금융기관까지 겨냥해야 한다. 주요 은행의 달러 결제망 접근을 제한할 경우 제재 효과는 커질 수 있지만 대이란 경제전쟁이 미중 금융 갈등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관세 휴전 연장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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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만 연안에 있는 호르 파칸 컨테이너 터미널의 부두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AFP] |
두 번째 통로는 UAE, 특히 두바이다. 두바이는 오랫동안 이란이 해외 상품과 외화를 조달하는 주요 거점 역할을 해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쟁 이전인 2024년 UAE는 이란 전체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약 210억달러를 공급했다. 같은 해 이란 전체 수출에서도 UAE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달했다. 두 나라의 비석유 부문 교역 규모만 66억달러로, 상당 부분은 두바이 등을 거친 재수출이었다.
그러나 UAE는 이번 주 이란과의 모든 금융·경제 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 고립 작전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이란의 핵심적인 대외 교역 통로 가운데 하나가 막힌 셈이다.
다만 정부 차원의 거래 중단만으로 이란의 비공식 거래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바이에는 수많은 자유무역지대와 환전소, 무역업체가 밀집해 있고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구축한 위장기업과 금융 네트워크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세 번째는 국제 금융망 곳곳에 퍼져 있는 이란의 ‘그림자 금융’이다. 이란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자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환전소, 무역회사 등을 활용해 원유 수출대금을 이동시키고 필요한 물자를 구매하는 우회 결제망을 발전시켜 왔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가 2024년 미국 금융기관의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환거래 계좌를 거친 이란 관련 잠재적 그림자 금융 활동은 약 9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사업 활동 없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거래가 약 50억달러를 차지했다.
CNN은 이란의 제재 회피와 무기 조달을 지원하는 금융·무역 네트워크가 UAE뿐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석유 밀수와 환전, 현금 이전, 선박 등록, 위장기업 등을 모두 차단하려면 여러 국가의 금융·사법 당국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이란이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에 적응하며 이른바 ‘생존 경제’를 구축했다는 점도 변수다. 제재 대상 기업이나 거래망 하나가 막히면 새로운 위장기업과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