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내고 경제 살려야”…이란 지도부서 커지는 ‘종전론’

페제시키안 대통령 “전쟁은 어느 시점에는 끝나야”
갈리바프 의장도 “경제 성장 못하면 발전 이룰 수 없어”
장기전·미국 해상봉쇄에 경제난 심화…IRGC 강경파는 전쟁 지속 주장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과 공습을 연이어 주고받는 최근의 상황을 ‘전면전’으로 규정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이란 최고위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종전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대미 종전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잇따라 전쟁을 끝내고 경제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의 노선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내 대표적인 협상파로 꼽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지 매체가 보도한 발언에서 “전쟁은 어느 시점에는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오늘 우리의 힘과 위엄을 보여주고,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이제 전쟁을 끝내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대미 종전 협상에서 이란 측 협상단장을 맡고 있는 갈리바프 의장도 전쟁보다 경제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갈리바프 의장은 “전쟁을 경험한 입장에서 우리는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며 “아무리 많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국가에 자금이 돌지 않으며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란 지도부에서 경제 회복을 이유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 것은 장기전으로 인한 내부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란 경제는 장기간 이어진 전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원유 수출과 대외 교역이 제한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민의 생계 부담도 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며 대대적인 ‘경제 고립 작전’을 선언하면서 이란 지도부가 받는 압박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여전히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0일간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전선의 소강상태를 이용해 추가 전투에 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협상파의 공개적인 종전 요구에도 단기간에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경제난을 이용해 더 큰 양보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오히려 이란이 물러서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추가로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