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국경 넘다 96명 사망…18명 시작으로 하루 10~12구씩 매장
스페인 “모로코가 시신 인계 거부”…유족 찾을까 식별번호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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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영토 세우타의 한 해변에 모여 있다.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국경을 넘으려다 숨진 이민자들이 이름도 확인되지 않은 채 땅에 묻히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약 8만명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으려다 발생한 참사로 96명이 숨졌지만, 이 가운데 90명은 아직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22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세우타의 무슬림 묘지에서는 전날 이슬람 성직자의 기도 속에 사망자 18명의 안장식이 열렸다. 매장된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묘지 측은 앞으로 매일 10~12구씩 70여구를 추가로 매장할 계획이다. 향후 유족이 시신을 찾아올 가능성에 대비해 무덤에는 이름 대신 식별번호가 적힌 표지석을 설치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달 말 약 8만명의 이민자가 모로코와 세우타 사이 국경을 한꺼번에 넘으려 하면서 발생했다. 세우타에서 82명, 모로코에서 14명 등 모두 96명이 숨졌다. 상당수는 국경검문소 인근 방파제를 넘어가려다 익사하거나 인파에 깔려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모로코인 남성 6명뿐이다. 나머지 90명은 이름과 출신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모로코인권협회는 매장이 시작되자 “존엄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하라”고 촉구했다. 세우타 자치정부는 시신을 모로코로 옮기기 위한 절차를 마쳤지만 모로코 정부가 인계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사 이후에도 세우타에는 수천명의 이민자가 남아 있다. 이들은 비닐봉투 등으로 만든 판잣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임시 보호소를 마련하고 이민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트람폴린 해변 정리에 나섰지만, 상당수는 정부 시설에 들어갔다가 모로코로 추방될 것을 우려해 다시 판잣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혼란을 틈탄 밀입국 조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세우타와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 스페인 본토에서 밀입국 브로커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이민자들에게 배를 이용해 스페인 본토까지 데려다주는 대가로 1인당 8000유로(약 1297만원)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