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숙박업소 환불 거부…SNS서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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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각종 SNS(소셜미디어)에서 ‘거제 야호’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확산하며 각광받던 경남 거제가 기록적인 폭우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흘간 900㎜가 넘게 폭우가 쏟아지며 관광지 곳곳이 피해를 입으면서 지역 주민과 관광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거제에 내린 비의 양은 907㎜에 달했다. 17일 하루에만 600㎜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고 이날 오전 1시32분부터 한 시간 동안에는 124.5㎜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당시 시간당 강수 강도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분석했다.
폭우로 거제 곳곳에서는 산사태와 도로 침수·유실, 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아파트 저층부를 덮쳐 사망자가 발생했다.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거나 아스팔트가 뜯겨 나가면서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당부가 내려질 정도였다.
관광업계의 피해도 막대하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은 성수기 예약 취소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관광지 역시 침수나 토사 유출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곳이 생겼다. 지역 주민들은 모처럼 커진 지역 관광 수요가 꺾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폭우로 안전 우려가 커진 여행객들에게 숙박업소들은 예약금을 돌려주거나 일정을 바꿔야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약 건을 원만한게 처리한 이른바 ‘착한 숙소’ 목록이 SNS에서 공유되기도 했다.
환불이나 일정 변경에 응한 한 숙박업주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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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덕포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 광복절 연휴 기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떠밀려온 나뭇가지와 각종 부유물 등이 쌓여 있다. [연합] |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환불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한 달 전 경남 거제의 한 호텔을 예약했던 A씨는 폭우가 내린 이후 여행을 취소하기로 하고 숙박업소에 환불을 요청했다. 언론 보도뿐 아니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주민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확인했더니 도로와 관광지 피해가 심각해 도무지 갈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숙박업소는 “호텔로 진입하는 도로는 큰 이상이 없다. 정상적으로 고객님의 투숙이 이뤄지고 있다”고 응대했다. A씨가 전화를 걸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답변을 받지 못했고, 예약 플랫폼에서도 “거제 전체가 잠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폭우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것도 속상한데 안전 문제까지 직접 설명하면서 환불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미리 보낸 하룻밤 숙박비(19만8000원)는 여전히 환불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 18일 거제의 한 숙박업소를 예약했던 B씨도 폭우로 여행을 취소하기 위해 하루 전 숙박비 환불을 요청했다. 숙박업소 측은 “17일 폭우가 온 것은 맞지만 내일 날씨는 우리도 모른다”며 일단 날씨를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로 답했다고 한다. B씨가 거제로 이동하는 도중 여행을 취소할 경우 환불이 가능한지 재차 따져 묻자 결국 환불을 해줬다고 한다. SNS에는 환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업소를 모은 ‘블랙리스트’도 등장했다.
거제의 한 숙박업소는 “일부 사례 때문에 거제 전체가 환불에 인색한 지역으로 비치고 여행객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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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고현동 한 거리에서 수마가 할퀸 상처가 쌓여 있다. [연합] |
숙박업주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가 매출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모든 취소 요청에 무조건 환불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다. 특히 성수기에는 취소된 객실을 다시 판매하기 어려워 손실을 업주가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숙박 예약을 취소할 경우 환불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숙박업의 경우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 등을 발령한 경우 당일 계약 취소 등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상특보가 발령되기 전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위약금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체에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업주와 이용객이 합의하지 못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숙박 예약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 계약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622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21%는 여름휴가 성수기인 7~8월에 집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