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돈 번 사람 따로 있다”…억만장자가 더 부자된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이 미국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정황들이 AI붐이 오히려 미국의 경제적 상류층과 나머지 계층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열풍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투자자산이 불어난 부유층은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분의 대부분은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서 나왔다.

문제는 이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소득 기준 상위 20% 미국 가구가 전체 주식시장 부의 거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AI 관련 주가 상승의 가장 큰 혜택을 얻는 것도 부유층이라는 의미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주가 상승으로 부유층이 느끼는 심리적 자신감, 이른바 ‘자산효과’가 이들의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 상위 20%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하위 80%의 약 3배에 달했다.

잔디는 “AI로 불어난 자산 덕분에 부유한 미국인들은 새 옷을 사고 외식을 하는 등 여가성 상품과 활동에 자유롭게 돈을 쓰고 있는 반면, 나머지 계층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매력이 깎이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 이미지생성]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부유한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은 뒤처지고 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브루킹스연구소,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한 지역의 노동자와 기업이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과 뉴욕, 워싱턴DC, 시애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1인당 AI 이용률이 가장 낮은 지역에는 미시시피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노스다코타주 등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고소득층과 부유한 지역에서 먼저 채택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무로는 AI가 미국 지역경제의 소득격차를 더욱 굳혀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로는 “우리는 이 영화를 수도 없이 봐왔다”며 “AI는 미국 경제지도의 기존 불균형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활용도가 높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기업의 기술 대체로 인해 오히려 더 빠르게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I가 미국 노동자와 기업 소유주 사이의 소득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소득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과 기업 소유주 및 자산·투자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으로 나뉘는 현상, 즉 ‘노동 대 자본의 격차’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체 경제 산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가 노동자의 임금과 복리후생으로 돌아갔다. 반면 기업과 투자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경제 수익은 커지고 있다.

아제모을루와 두 명의 공동 연구자는 최근 AI로 인한 일자리 파괴와 불평등이 노동자들의 국가 번영 몫을 더 줄일 경우 반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담은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최고위 경영진들은 “부가 집중되고 불만이 확산하면 호황은 좋지 않게 끝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정부가 AI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고 AI로 창출된 부를 사회 전체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가이 리히팅거와 세예드 M. 호세이니는 최근 AI가 공동 번영의 유토피아적 미래로 이어질 수도, 극도로 불평등한 경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공동 번영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 여부는 상당 부분 정책 입안자들이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